[1291.1292호] 편집 김정아기자
                                                        [1291.1292호] 편집 김정아기자

 

또 다시 한 해를 계획하는 때가 돌아왔다. ‘올해는 어디로 갈까’라는 꿈을 꾸고 있는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곳이 생겼다. 아프리카의 세이셸. 조금 멀 수도,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꼭 가보라고. 그 정도면 새해에 단 하나뿐인 ‘큰 꿈’이어도 괜찮다고.

허니문과 고급휴양지 등으로 국내에서도 조금씩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세이셸 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해안에서 약 1,600km 떨어진 인도양에 위치하고 있다.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와 럭셔리한 리조트 등으로 이미 명성을 얻었지만, 그것들만큼이나 아름답고 흥미로운 모습들이 여느 여행 강국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1억 5천만 년 전, 곤드나와 대륙(Gondwana land)이 분리되며 하나의 조각으로 인도양 한 가운데에 남겨진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문화가 적절히 어우러진 독특한 크레올(Creole) 문화가 숨쉬고 있으며, 흥과 행복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가고 싶어지는 여행지가 되어 가고 있다. 작은 땅에 촘촘하게 뿌려진 보석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마헤 Mahe

세이셸의 주도이자 관문인 마헤 섬. 제주도 1/4 크기의 면적에 세이셸 전체 인구의 약 80~90%에 이르는 7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초미니 수도로 잘 알려진 빅토리아 시내는 천천히 걸어서 투어를 다니기에 좋고, 인근의 빅토리아항구에는 초대형 크루즈가 기항하며 수많은 여행객들로 붐비기도 한다. 이 외에도 해변과 고급 리조트, 인공 섬, 화강암 산과 원시림 등 무한 즐길 거리로 늘 활기 넘치는 섬이다.

Info 에덴 아일랜드 Eden Island

빅토리아에서 차로 약 20여 분 달리면 바다 위에 펼쳐진 별천지가 나타난다. 럭셔리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좋을 이곳은 세이셸의 116번째 섬이라고도 불리는 에덴 아일랜드로 인공섬으로 만들어졌다. 고급 빌라와 요트선착장, 상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국인이 이 섬의 집을 사면 영주권을 부여해 준다. 낮과 밤이 모두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에덴 아일랜드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으니, 마헤 섬 이곳저곳을 지나는 길에 놓치지 말고 찾아보자.

 

빅토리아 시내투어 크레올 들여다보기

세이셸 국제공항을 빠져나와 차 안에서 처음 마주한 마헤 섬의 풍경에 비행의 피로가 싹 달아나는 듯 했다. 숙소로 가는 길, 종종 모습을 드러내던 높고 수려한 산맥과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은 아늑한 풍경은 세이셸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몇 배쯤 올려놓고 있었다. ‘바다만 있는 곳이 아니구나’라는 뜻밖의 발견과 그것에 대한 기쁨이 그렇게 세이셸의 첫인상이 되었다.

시원한 기운이 남아 있는 아침,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 빅토리아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의 문을 여는 아저씨와의 첫 인사로 걷기여행은 시작됐고, 아저씨는 특이하게 생긴 물건을 하나 건네며 껄껄대고 웃는다. 무슨 물건인지 몰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코코 드 메르’, ‘섹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주위 사람들과 마주보며 더욱 크게 웃는다. 세이셸의 상징과도 같은 이 열매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야자열매라고 머리 까만 여행자에게 설명해주는 세이셸식 표현. 지금껏 봐 왔던 야자열매와는 크기도 생김새도 너무나 다른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데, 그러고 보니 정말 섹시해서 같이 또 크게 한 번 웃는다.

[Editor's Choice] 'Big Dream'을 위한 마헤의 리조트들

MAIA Luxury Resort & Spa

마이아는 마헤 서쪽의 앙세루이 비치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헤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리조트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리조트 디자이너인 빌 벤슬리가 디자인했으며, 12헥타르에 이르는 큰 부지에 단 30채의 고급 빌라만을 갖추고 있다. 전 객실에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하여 ‘Whatever, Wherevere, Whenever’ 콘셉트로 투숙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선사하고, ‘BEYOND ALL INCLUSIVE’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아이템을 제외한 모든 음식과 음료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앙세루이 비치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해변 너머로 선셋이 황홀하게 펼쳐지고 나면 마이아의 밤은 더욱 로맨틱하게 물들어간다.

 

Banyan Tree Seychelles

마헤 남서부의 인텐던스 베이에 위치한 반얀트리 세이셸 리조트에 들어서면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과 파란 바다가 반얀트리 리조트 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어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마헤 본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비치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크레올 스타일의 총 60채의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 특화된 스파 프로그램과 아시안 메뉴 등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공항에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비교적 이동이 편리한 편이다.

Four Seasons Seychelles

포시즌 세이셸은 마헤 남서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세이셸의 여느 리조트와 마찬가지로 산비탈에 층층이 빌라가 위치하고 있으며, 산 아래 쁘띠 앙세 비치를 전용 비치로 사용하고 있다. 총 67개의 빌라와 스위트형 객실로 구성되어 있고, 룸의 카테고리가 높아질수록 힐사이드의 높은 곳에 위치한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는 전망은 세이셸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우며, 모던함과 고급스러움, 수준 높은 다이닝 등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Hilton Seychelles Northolme Resort & Spa

힐튼 세이셸은 007시리즈의 1982년 로저무어의 작품인 ‘For Your Eyes Only’가 촬영된 곳으로 마헤에서 가장 역사적인 리조트이다. 마헤 섬에서 가장 유명한 비치 중 하나인 보 발롱 비치를 바라보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으며, 40채의 트리하우스 스타일의 빌라로 구성되어 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 자연친화적인 휴식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Savoy Seychelles Resort & Spa

사보이 세이셸은 여러 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보 발롱 비치를 바로 앞에 둔 리조트로 163개의 넓은 룸과 스위트형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평지에 있는 데다 우리에게 친숙한 전형적인 리조트 형태 안에 현대적인 객실과 넓은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어 조금 더 익숙한 느낌이다. 공항에서 약 30분, 빅토리아 시내까지는 15분 정도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보 발롱 비치에서 야시장과 함께 흥겨운 공연 등이 열리니 주말에 이곳에서 머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프랄린 Praslin

마헤에서 페리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프랄린 섬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발레드메 국립공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세이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지만 마헤가 도시라면 프랄린은 작은 시골로, 그래서 더욱 값진 자연을 우리 앞에 내어주며 더욱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가로이 쉬고 싶다면 주저 없이 찾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곳.

발레 드 메 Vallee de Mai 코코 드 메르와 에덴동산

프랄린의 대표적인 여행지이자 세이셸의 자랑인 발레 드 메 국립공원 관람은 세이셸의 과거로 돌아가는 탐험을 즐기는 시간이다. 무려 15억 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이 원시림 안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직 세이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다의 코코넛으로 불리는 코코 드 메르Coco de Mer가 발레 드 메의 입구에서부터 눈에 띈다. 열매라고 하기에는 꽤나 큰 크기가 놀라워 손으로 들어보지만 여간 묵직한 것이 아니어서 쉽지 않다. 가이드가 손에 든 것은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남성을 상징하는 것도 보여준다. 30미터에 이르는 키 큰 열대식물과 나무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하늘을 모두 가릴 만큼 우거진 원시적인 자연, ‘거인의 숲’이라고 불리는 그곳에 햇빛 한 줄기만 땅으로 떨어져도 왠지 신비스럽다.

 

앙세 라지오 Anse Lazio 뽀얀 아기 살결 같은 모래사장

프랄린 섬의 북서쪽 끝에 다다랐을 때쯤 나타난 해변과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쩍 벌리고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해변 앞에 커튼처럼 드리워진 야자수와 타카마카 나무들 사이로 드러난 뽀얀 살결 때문. 이제 막 태어난 아기의 속살을 가져다 놓기라도 한 듯 새하얀 모래사장에 눈이 멀 것만 같아 진정 다른 세상 안에 들어온 기분이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손으로 만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새하얀 모래 위로 강렬한 햇살이 떨어져 신기루를 만들고, 신비스러운 몽환이 온몸을 감싼다. 값비싼 물감을 풀어놓은 것만 같은 바다와 새하얀 고급 요트들은 안타깝게도 이곳에서는 그저 덤처럼 느껴진다. 어디다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는 미색이지만, 앙세 라지오의 하얀 백사장 앞에서 조금은 퇴색돼 보이는 미안함. 모래사장을 아장아장 뛰어다니는 아기와 엄마의 등장은 앙세 라지오의 아름다움에 마지막 정점을 찍는다. 절경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다는 것, 잘 이해가 되지 않던 무형의 존재감이 눈앞에 덩그라니 놓여있는 아찔함을 느끼다니. 앙세 라지오에 감사하고 그 순간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담고 싶어 오래도록 앉아서 바라보고 싶다.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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