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노사에 화해 대화기간 권고했으나 ‘불발’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건설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삼안이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중노위는 삼안이 노동조합 위원장을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하지 않고, 노조 게시판을 축소해 설치했으며 노조 교육간담회 참석자 명단을 사전 파악하라고 요구한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봤다. 중노위에서 노사 대화를 권고하며 화해 기간을 제시했으나 사측이 이를 불복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사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 “노조 탄압의 끝…활동 방해 집요”
사측 “서로 이해 범위 달라…대화 노력”

일요서울이 입수한 판정문에 따르면 중노위는 삼안이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삼안지부 지부장을 근로시간면제자 불인정 대상자로 판명한 조치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11월 이사대우 A씨가 노조 지부장으로 당선되면서다. 사측은 “단체협약상 이사대우 이상 직위 노동자는 조합원 범위에 속하지 않고 노조전임자 자격도 없다”며 A씨를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하지 않고 교섭을 거부했다.

지부는 단체교섭 응낙 및 조합 활동 보장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해 5월과 7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근로자는 자유롭게 노조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며 A씨의 조합원 지위와 지부장 자격을 인정했다. 사측은 항소했고 서울고법이 지난달 27일 다시 한 번 A씨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이하 경기지노위)도 지난해 8월 노조의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일부 인정으로 판정했다. 경기지노위는 “지부장이 2017년 12월 28일부터 활동하고 있고 올해 5월부터 노조업무만 상시 전임하고 있다”며 “단협 적용을 받지 않는 자라는 사유를 들어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법상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등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의 유지·관리 업무를 도모하기 위한 근로시간면제자 제도 취지와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삼안, 중노위 재소

하지만 사측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노위에 재소했다. 중노위는 지난해 12월 3일 심판회의를 통해 삼안 사업장 내에서 일어난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경기지노위의 판정에 추가해 부당노동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또한 중노위는 삼안 주 사업장 중 영덕빌딩의 노조 게시판에 대해 각층에 설치해왔던 관행을 거부하고, 이를 1층 1개소에만 축소 설치하는 행위는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봤다.

노조의 교육간담회 실시와 관련해서도 ‘사전에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행위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 내지는 방해할 목적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한 것’으로 판정 내렸다.

중노위는 삼안 측에 판정서를 송달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노조 위원장을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해 근로시간면제자 급여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유니온 빌딩의 노동조합 게시판 재설치와 영덕빌딩의 노조 게시판의 각 층별 재설치, 노조의 교육간담회 개최 등 자율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할 것을 명령했다. 구제명령내용은 사업장 내 게시판과 인트라넷에 20일간 게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측은 중노위 판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 노조 위원장에 대한 근로시간면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5월부터 급여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중노위가 조합 활동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결했음에도 사측은 이와 관련해 수년에 이르게 될 소송전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며 “3차례의 법원 가처분 결과와 동시에 2차례의 노동위원회 판정에서도 사측은 노조 위원장의 급여를 지급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안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 진행까지 예고하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중노위에서 이례적으로 지난 1월말까지 노사 화해 기간을 부여해서 사측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어떠한 진전도 없이 불발됐다”고 말했다. 

“단협 위반이 핵심”

이와 관련 삼안 관계자는 “단협에는 조합원의 범위가 명시돼 있다. 조합원의 범위에서 벗어난 사람이 단협을 어기고 노조 위원장이 된 것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게시판 설치를 축소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에 대해서는 “게시판 역시 단협안에 ‘최소한 제공을 하게 돼 있다’고 나와 있다. 회사가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건물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달라지는 바람에 게시판 위치에 서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누구나 왔다 갔다 하는 1층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게시판을 설치하면 충분하지 않느냐”며 “두 달 동안 노조와 9차례 만나 협의를 하는 과정이었다. 회사도 노조와 마찬가지로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안 측은 “중노위의 판결이 기존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판단과 다른 상황”이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받을 예정이며,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지부장의 근로시간면제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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