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건강상태의 진실은


애플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잡스가 췌장암으로 6주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미국 한 매체의 보도가 이목을 끌고 있다. 18일 현재 사실규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가지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잡스의 몸 건강상태가 국내 IT업계는 물론 IT업계의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주가가 일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만큼 잡스가 보유한 기술력과 경쟁력이 IT업계에서는 입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논란이 되고 있는 잡스의 건강설과 IT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모험 자본가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잡스는 작은 차고에서 친구와 함께 애플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의 나이 29세 때 사업을 10억 달러 규모로 키워냈고 동시에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올라섰다. 애플의 빠른 성장에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잡스의 경영 철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잡스가 회사에 무기한 병가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둘러싼 ‘잡스 위독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잡스를 둘러싼 끊임없는 위독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가십 전문 타블로이드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인콰이어러)는 잡스의 최근 사진을 게재하며 “잡스의 병세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스탠포드 암센터에 나타난 한 노인의 뒷모습 사진과 손을 확대한 사진을 싣고 ‘스티브잡스의 최근 모습’이라며, 사진을 본 의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잡스가 췌장암에 걸려 6주밖에 못 살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놨다.

신문은 또한 “잡스가 암에 걸리기 전에는 175파운드(79㎏)였는데, 지금은 130파운드(59㎏)로 줄었다”며 근거까지 제시했다.

이미 지난달 17일 잡스는 질병 치료를 위해 사측에 병가를 낸 상태라 이 보도의 파장은 컸다.

더욱이 과거 잡스가 2004년과 2009년 췌장암 수술과 간이식 수술 때문에 장기간 병가를 낸 적이 있어 위독설에 힘이 실렸다. 현재도 잡스가 이번 병가를 내면서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자세한 병세를 밝히지 않아 그의 건강을 두고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췌장암 환자의 5년 후 생존확률이 5%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잡스의 췌장암이 재발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인콰이어러의 보도를 두고 전 세계 누리꾼들이 “이 노인이 스티브잡스라는 증거가 없을뿐더러 인콰이어러는 정론을 보도하지 않는 가십 전문 매체”라며 잡스의 위독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파장이 큰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잡스 부재 발생 시, IT계 판도는

국내는 물론 주요 IT업계의 증시가 흔들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잡스의 병가 소식 직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장 이후 장중 100만 원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잡스의 병세가 애플 뿐 아니라 경쟁인 한국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잡스의 병세는 IT계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전문가들은 잡스의 병세 악화가 단기적으론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업황 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아메리칸 온라인(AOL)의 머니&파이낸스 웹사이트인 데일리 파이낸스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곧 터질 것 같은 10가지 시장 거품” 중 하나로 애플(Apple)을 언급하면서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열풍이 이어지며 애플의 주가는 2001년 이후 1200%나 올랐다”며 “애플을 거품의 표본이라 불러야 할 정도”라고 밝혔다.

또한 ‘애프터 쇼크’의 저자 로버트 위드머는 “애플은 최신 유행 기업”이라며 “스티브 잡스가 사임하거나 사망하면 애플은 이 패션 감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애플의 시대도 저물고 IT계 거품도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번 잡스의 시한부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은 일희일비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잡스의 부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아이폰 등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아이폰4에 장착한 CPU ‘A4’가 삼성전자 45나노공정 D램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도 납품하고 있다. 또 9.7인치 디스플레이도 아이패드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광시야각 LCD패널인 ‘IPS 패널’을 아이패드 메인 디스플레이로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7일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보다 0.95%(9000원) 올랐고, LG디스플레이는 0.56%(200원) 떨어졌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잡스의 병세 악화가 삼성전자 주가에는 중립적인 요인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현준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애플의 주요 제품은 충성 고객층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스티브잡스의 부재가 삼성전자의 사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의 올해 최대 고객이 애플사가 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애플이 국내 IT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며 “잡스의 부재가 전체 글로벌 IT 업황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IT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 힘든 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tech)팀장은 “애플이 잡스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IT 부문을 선도해왔다는 점에서 잡스의 부재는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IT 업체에 일시적으로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잡스의 건강악화설이 지속되자, 이번 소문을 의식해서인지 지난 17일(현지시간) MSNBC, USA투데이,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도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한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에서 저녁 만찬에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등이 참석했다”고 이례적으로 크게 보도했다.

로이터는 “만찬이 비공개로 진행돼 담당 기자가 직접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백악관 관계자가 초청자 명단의 모든 사람이 만찬에 참석했다고 확인해줬다”고 전했다.

또한 MSNBC는 “오바마 대통령이 잡스와 잡스(jobs,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하다”는 기사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교육, 초고속 인터넷, 고용확대 등에 수십억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과 만나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인콰이어러의 보도가 신빙성이 없는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잡스의 복귀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전 세계 IT계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지영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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