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애플의 '아이폰4'를 출시키로 하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 단독으로 아이폰을 공급하면서 200만대 이상을 팔아온 KT는 막강한 브랜드력과 유통망,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 소식에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도입으로 와이파이(WiFi) 보다 3G(WCDMA)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다, 타사 대비 가장 많은 단말을 확보한 SK텔레콤이 아이폰까지 손에 넣으면서 KT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T는 오히려 담담한 반응이다.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에 따라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KT의 생각이다.

우선 KT는 그동안 SK텔레콤에 우선권을 줬던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 국내·외 제조사들과의 협력 강화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공급이 훨씬 원활해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KT는 아이폰에 대한 의존도도 낮추고 SK텔레콤과 동일한 사양의 단말기를 동시 출시해 진정한 서비스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KT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를 SK텔레콤과 동시 출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또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OS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구글폰 '넥서스S'를 28일부터 SK텔레콤과 동시에 정식 출시하고, 지난 23년간 SK텔레콤에만 제품을 공급했던 모토로라의 신형 스마트폰 '아트릭스'도 내달 중 출시한다. LG전자의 옵티머스 블랙도 내달 말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제 국내 시장에서 제조사와의 관계에 따라 좌지우지 됐던 단말 확보 경쟁이 큰 의미가 없게 됐다"며 "앞으로는 서비스나 네트워크 중심으로 경쟁을 벌이게 되는 만큼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 경쟁력에서 타사 보다 우위에 있는 KT로서는 오히려 진정한 승부를 펼칠 수 있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는 이미 예상했었고 1년 3개월 정도 먼저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이에 맞춘 네트워크망, 요금제 등을 준비하며 노하우를 쌓았다"며 "전체 가입자로 따지면 SK텔레콤에 밀리지만 스마트폰 부문만 놓고 보면 오히려 KT가 앞서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증권가에서도 아이폰에 따른 특정 통신사로의 가입자 쏠림 현상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통신사업자 간 차별성이 없는 현재의 스마트폰 요금 체계가 유지될 경우 이동통신 시장 경쟁은 단말기보다는 음성통화 및 무선 네트워크 품질, 브랜드력 등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지연 KB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는 기존 고객의 락인(lock-in) 효과 및 이탈 가입자의 재확보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통신사업자간 단말기 확보 능력 차이가 미미한 가운데 소비자 이동 패턴이 가격에 보다 민감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에 따른 추세적 가입자 쏠림 현상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장기적으로 통신시장의 주도권 확보 여부는 네트워크 경쟁력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최근 애플,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의 단말기 공급정책 변화 움직임을 감안하면 결국 장기적으로 각 통신 사업자들간의 단말기 경쟁력 차이는 없어지거나 매우 미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연구원은 "요금제 역시 각 통신 사업자들이 유사한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어 큰 경쟁력 차이를 가져다 주기 어렵다"며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관건은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 경쟁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여부가 통신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가늠해 줄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KT는 내달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 등 전반적인 네트워크 전략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KT는 와이파이망을 포함 자사의 네트워크가 SK텔레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3G보다 월등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자가 자신의 요금제 수준에 맞춰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맞춤조절 요금제'를 내놓은데 이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춘 보다 획기적인 요금제를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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