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왕국의 수상한 토지 거래

(주)동서와 동서물산이 매입한 토지 항공사진

커피믹스로 유명한 동서식품그룹(회장 김석수)이 최근 오너가 소유의 토지를 매입해 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측이 오너가의 돈 불려주는 은행이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토지거래가 쉽지 않은 오너가 소유의 토지를 매입함은 물론 지난 몇 년간 고액의 배당금을 지급했다는 정황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비난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 거래로 동서그룹 오너 일가는 수십억 원대의 수익을 거뒀지만, 커피 가격 인하에 대해서는 생색만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이 “커피 값은 그렇게 찔끔 내리면서 자기들 배 채우는 데는 이렇게 열심히 한다”며 성토하고 나섰다.

지난해 동서식품 직원 4명이 판촉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김 회장은 “지금이 어느 땐데? 몽땅 잡아드려!”라며 진노했었다. 이 사건 이후 동서식품은 “건전하고 공정한 기업문화를 창달하겠다”며 기업 윤리강령과 세부 실천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윤리 강령이 직원들에게만 적용될 뿐 정작 오너일가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윤리강령, 오너에겐 통하지 않아

지난해 1월 (주)동서와 동서물산은 김상헌 (주)동서 회장과 동생인 김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공동 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천리 190-2외 2필지와 991-1외 2필지를 각각 10억7100만 원, 15억6200만 원에 사들였다.

동서그룹 관계자는 “동서그룹의 지주사격인 (주)동서와 계열사인 동서물산은 경기도 용인시에 물류창고를 짓고 있다”며 “(주)동서는 자체 사용이 그 목적이며, 동서물산의 경우는 관계사인 동서식품 등에 임대해 임대수익을 얻을 요령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동서그룹이 이 부지를 공시지가를 훨씬 넘어선 가격에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부동산정보에 따르면 2010년 1월 기준 이 땅의 공시지가는 ㎡당 7만3200원이었다. (주)동서가 사들인 천리 991-1일대 8239㎡ 땅값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6억309만 원 정도 된다.

원래 이 땅은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의 소유로 2002년 김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을 비롯해 자손들에게 증여한 땅이다.

이후 이 부지는 오랫동안 야산으로 방치돼 있어 가치가 매우 낮은 땅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인 지가 7년 됐다”며 “오는 5월 말 까지는 정부에서 허가제를 풀지 안 풀지 모르겠지만 부동산이 전부 침체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동서는 이 땅을 공시지가보다 무려 2.5배나 더 주고 15억 6227만 원에 사들였다. 동서물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서물산은 천리 190-2일대의 땅 7121㎡을 공시지가(5억2111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비싼 10억 7136만 원에 매입했다.

이와 같은 동서그룹의 토지 매입 거래를 두고 대외적으로 말이 많은 상황이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만일 대주주 일가가 개인 소유의 땅을 의도적으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배임 혐의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토지 매입 문제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주)동서의 대주주들이 높은 지분율을 이용해 막대한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동서그룹 오너일가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자기들 뱃속은 이렇게 확실하게 챙기면서 서민들 커피 값은 인색하게 내리냐”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17일 동서그룹이 캔 커피 2종의 평균 출고가를 10% 인하했지만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인 커피믹스와 일명 봉지커피라 불리는 인스턴트커피에 대해서는 가격 인하가 전혀 없어 ‘하나마나 한 인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캔 커피 시장 규모는 3000억 원 대로 동서식품의 점유율이 25% 미만인 반면 커피믹스 시장의 경우 1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동서그룹이 76% 가량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커피믹스 가격은 내리지 않고 캔 커피 가격만 내려 실제로 가격이 인하됐다고 체감하는 소비자는 적었던 것이다.

반면 동서그룹은 2009년까지 매년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맥심커피 값을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탓을 하며 매년 커피 값을 평균 6%가 넘게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 해에는 최고 9.2%까지 인상하기도 했다.

동서그룹이 커피믹스 시장에서 1위인 것을 감안할 때 동서그룹의 커피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갔을지 미뤄 짐작 할 수 있다.

한편 동서식품 관계자는 오너가 소유의 땅들을 매입한 경위에 대해 “용인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당국에 부동산 개발계획과 감정평가를 거치지 않으면 매매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매입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매입가와 관련하여 “공시지가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매입가가 3.3㎡당 50만 원 가량 되는데 용인의 국도 주변 땅이 3.3㎡당 50만 원이라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주주, 땅, 거래의 키워드로 이번 매입을 수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오너 개인이 소유한 좋은 토지를 회사가 좋은 가격에 구입해 이익 창출을 만들면 오너와 회사 모두 좋은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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