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경영 ‘뒷전’, 노조 반발 심각


2011 재계의 경영화두는 ‘소통’이다. 대부분의 기업 총수들이 소통경영을 주장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런데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 만큼은 아닌 듯하다. 회장 인선 과정에서부터 숱한 말들이 무성하더니 급기야 어 회장에 대한 내부 불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조는 어 회장이 독선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아울러 내부직원들과의 마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어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다. 일각에선 ‘낙하산 레임덕 현상’이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에 [일요서울]은 어 회장의 내부경영능력을 진단해본다.

어 회장이 취임한지 8개월이 지났다. 그는 취임 당시부터 숱한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다. 낙하산 논란부터 그의 KB회장 선임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끊임없었다.

하지만 오랜 공백기간이 지속됐던 KB금융지주로서는 어 회장의 선임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노조 역시 칼날 비방을 통해 어 회장 선임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지만, 그는 선임됐고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아갔다. KB금융지주는 공백이 됐던 경영진의 복귀가 회사를 장악해 나아가면서 순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 회장도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소통경영을 주장했다.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되찾아 오고 신개념의 경영을 통해 수익 창출에 목표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말뿐인 허울이었다.

어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은 독선경영이라는 칼날 비판을 받았고, KB금융의 경영성적표도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지난 10일 기준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8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3.6%나 급감했다. 특히 4분기에는 230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실적 악화를 부채질했다.

그동안 ‘업계 1위’를 자랑해 온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1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98.2%(6246억 원) 감소했다. 순익이 50분의 1로 급감하면서 자산규모 ‘업계 1위’의 국민은행이 업계 ‘꼴찌'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라이벌인 신한금융지주가 경영진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조3839억 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3년 연속 업계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KB금융지주의 실적은 초라할 정도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이마저도 내부직원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보다 오히려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성과향상프로그램과 임금협상 결렬 등으로 내부직원들과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대화 없이 모든 것을 진행하다보니 마찰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올 초 노조와 합의 없이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전격 설립하고 지난 1월 직원 219명을 이 부서로 발령을 내면서 균열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발령받은 직원들은 영업능력 교육을 받고 일정 성과를 달성해야만 영업점 복귀가 가능하다. 본인 급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성과를 올려야 하고, 2년간 급여 불이익은 주지 않겠다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전언이다.

이 부서로 발령받은 직원들은 “사실상 직위가 해제된 것은 물론 2년간의 평가 기간이 끝나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노조 역시 “성과향상추진본부는 퇴출이 목적인 부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이 부서의 설립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레임덕 현상? 예의주시 중

때문에 어 회장에 대한 불신론이 고개 들고 있으며, 어 회장에 대한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낙하산 어윤대 회장의 레임덕’이 곧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어 회장이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실제로는 어 회장이 인사권과 경영을 모두 총괄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은행장한테 미루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정원 전 회장은 대화와 화합을 위해 본인이 직접 나섰는데, 그 당시와 지금은 너무 다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KB금융측은 임금 단체협약과 관련해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고, 자세한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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