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폭탄 점화 중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물가상승 압력이 서민들의 가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집트, 리비아 사태 등으로 촉발된 중동발 오일쇼크로 인해 최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고 국제 곡물가격과 광산물가격 급등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최종생산물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연초 물가잡기에 사활을 걸었던 정부조차도 이제 물가상승을 불가피한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가상승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서민들이다. 그렇다면 물가상승 압박은 과연 수용해야 하는 추세인가.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최근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 탓이 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시장경제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넘치는 유동성이 국제 원자재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수요와 맞물려 곡물과 광산물 등의 원자재가격 폭등을 주도했다.

국내에서도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 구제역, AI 등의 창궐로 인해 식료품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공산품가격과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만만치 않다.

특히 세계의 생산공장 역할을 담당해 온 중국의 고도성장과 이에 따른 물가상승 영향으로 이제 다시는 저물가 시대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중국조차도 경기과열에 따른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해 최근 긴축모드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딜레마에 빠진 MB정부

MB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성장 5%, 물가상승 3% 이내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년 동월대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상회하며 체감경기가 악화되자, 경제성장을 거의 포기하고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최근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등 국제유가 및 해외물가요인에 대한 인플레이션을 인정하면 3% 물가 목표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금리 및 환율정책 등에 변화가 예상된다. 그리고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를 잡으려고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 물가상승의 배경에는 우리 경제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심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에 단기적인 미시적 처방을 강력히 추진해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앞에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하다. 경제성장에 우선순위를 두자니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회복국면에 있는 경기가 둔화되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 인상은 연중 최고치를 향해가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외환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민들의 가계부담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면 소득하위계층이 가장 먼저 불리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에서 식료품 비중이 높은데다 이른바 ‘에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그 타격이 고스란히 가계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양극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인플레 시대를 대비하여 서민들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 초래해서는 안돼

만약 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책에 실패하여 경제성장을 훨씬 웃도는 물가상승이 이루어지게 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이 주로 공급 측면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비용견인형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 압박과 더불어 소득을 감소시키고 소비를 위축시켜 기업의 투자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로 인해 실업률이 상승할 우려가 있으며 악순환이 반복되면 장기적인 경기침체 국면으로 유도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직면해서는 절대 안 되는 상황이다.

시장주의를 지향하는 MB정부의 정책성향을 볼 때 거시적인 금리조정을 제외하고는 물가상승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금리조정 카드는 자칫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

정부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시적 정책을 우선 수립하여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또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에 상응하는 수준의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재검토하여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진우 산업경제 부장]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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