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적은 누구인가
‘자유’의 적은 누구인가
  •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 입력 2019-01-31 14:28
  • 승인 2019.01.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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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自由)’라는 글자를 삭제하는 여당의 개헌안이 공개되자, ‘사회주의 개헌안’이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또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만든 초안을 보면, 헌법 전문(前文)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시장경제’라는 조항이 사라진 대신 ‘평등’이라는 용어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헌법에서 ‘자유’를 빼고 나면 사회민주주의든 인민민주주의든 민중민주주의든 어떤 식의 민주주의도 가능해진다. 북한도 민주주의를 한다고 선전하며 스스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른다. 이는 한국의 좌파들이 우리 헌법이 건국 이래 70년간 지켜온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체제를 ‘민중민주주의’로 바꾸려는 체제변혁 시도라 할 수 있다.

헌법의 ‘자유’ 조항 삭제는 대한민국의 건국 및 정부수립을 부정하는 것이며, 혁명적 상황이 아니면 거론할 수 없는 체제와 이념의 문제이다. 국가의 본질은 이념이다. 국가가 올바른 이념을 가지면 성공하고, 잘못된 이념을 가지면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이 남북한의 현상에서 입증된다.

학자들은 대한민국이 ‘한강변의 기적’을 이룩한 원동력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국가지도자들의 미래지향적 비전(통찰력), ‘하면 된다(can do)’는 정신, 국민의 굳건한 안보의식 등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이처럼 ‘기적의 한국현대사’의 바탕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세력은 ‘자유의 적’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적’이라 할 것이다.

올 1월 5일 발간된 문재인 정권 첫 국방백서는 ‘북한군은 우리의 적(敵)’이란 문구까지 삭제했다. 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상호주의’다. 북한 정권은 적화통일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도 국방부가 ‘북한은 적’이라는 조항을 삭제한 것은 스스로 무장해제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이다. 안보는 이념과는 무관하며 ‘이념을 초월한 가치’이다. 그런데 현 정권의 안보정책은 ‘친북원미(親北遠美)-친중반일(親中反日)’의 방향이 정해진 것 같아 불안하다.

지난 28일 출범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분담금 협상 결렬은 ‘주한미군 철수-한미연합사 해체-한·미 동맹 파기’로 이어질 수 있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전노장(百戰老將)들은 현 안보상황을 ‘6.25전쟁 후 가장 위험한 국가 존망의 위기상황’이라며 “9.19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노태돈 교수는 “한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전쟁은 20세기의 한국전쟁과 삼국통일전쟁이었다”라고 주장한다. 노 교수는 “오늘날 남북한 주민들의 삶은 한국전쟁을 떠나 생각할 수 없듯이, 7세기 후반 이후 우리 선조들의 삶의 궤적은 삼국통일전쟁이 남긴 유산 위에서 진행되었다”고 갈파했다.

삼국시대의 전쟁 횟수는 460회에 이르는데, 그중 삼국 간의 전쟁이 275회로 약 60%를 차지한다. 일 년 반에 한 번꼴로 전쟁이 발발한 셈이다. 한국사에서 삼국통일전쟁은 국제전이었다.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외에 당과 왜가 직접 참전했으며, 돌궐(突厥)·철륵(鐵勒)·해(奚) 등 북아시아 유목종족들이 당군의 일원으로 동원됐다. 거란족과 말갈족은 일부는 고구려에, 일부는 당에 가담해 전투에 참여했다. 몽골고원의 유목민 국가인 설연타(薛延陀)는 고구려와 연합해서 오로도스 방면에서 당과 전쟁을 벌였으며, 토번(吐蕃: 티베트)의 당나라 침범은 나당전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라는 ‘고구려-백제-왜’ 등 삼국의 포위 공격에서 살아남아 당을 끌어들여 삼한일통을 했고, 동북아 국제정세를 이용해 당을 한반도에서 몰아냈다. 7세기의 삼국통일전쟁은 13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지금 제자리걸음만 하는 북핵폐기 해법에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광화문광장에서는 ‘반미 데모’와 ‘김정은 칭송 및 북한 찬양쇼’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미국이 떠난 후 연방제로 가는 악몽의 시나리오 예고편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민중민주주의’ 흐름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기적과 성공의 역사’가 말살되고 만다. 역사의 향방을 결정짓는 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둔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협력’은 대한민국 생존의 근간이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은 밀착하고, 한국은 북한에 대해 ‘주적’ 개념까지 삭제함으로써 한·미·일 대(對) 북·중·러시아의 동북아 안보균형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사는 언제든지 패자에게 등을 돌리고 승자의 편에 선다. 힘을 가진 강자가 역사를 지배하고 더 많은 몫을 가진다. 힘없는 국가와 민족의 삶은 비극, 바로 그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가 성하지 못하면 국민은 도탄에 빠진다. 자유의 적은 누구인지, 동맹의 적은 누구인지 지금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주사파’들에게 묻고 싶다.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