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 측이 판결에 불복해 즉각 상고장했다. 앞서 안 전 지사 측은 유죄 판결에 대해 "뜻밖의 판결"이라고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항소심 선고가 있던 지난 1일 법조계에 의하면 안 전 지사 측은 2심 선고 당일인 이날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냈다.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법정구속은 물론 유죄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드러내면서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만으로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객관적인 사실은 피해자의 진술과 다른 여러 자료인 통신자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료, 기타 제3자들이 그간 지켜봐온 사실 관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 진술만을 일관성 있다고 보고 하지만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믿기 어렵다는 식으로 배척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는 2심 재판부의 위력에 대한 판단에 사실 오인에서 기인한 법리 오해가 있다는 주장과 증거의 취사선택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으로 변론을 준비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안 전 지사 측 변호인 이장주(54·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2심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진행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판결에 대해 "뜻밖이고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한 것 같지 않고, 개별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만을 토대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진술은 일관성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객관성, 타당성과 실질적으로 있었던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실관계 속에서 판단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양형 자체도 너무 과다하다", "지인들, 피해자와 나눈 자료들을 냈고 보강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전혀 뜻밖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지사는 구속 전 별도 입장 등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법정에서도 법정구속 선고 직후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없다"고 단답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 선고를 내렸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는 법정구속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은 성폭행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 개별 사건에서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것은 정의 형평에 입각한 논리적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 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씨의 진술은 일관성 있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이 없다. 자기한테 다소 불리할 것도 상세하고 과장되게 진술하지 않았다. 진술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피해자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정형화된 반응만을 정상적으로 보는 편협적 관점이다", "적극적으로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등으로 판시하면서 안 전 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김 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이후 1심은 "안 전 지사는 위력을 가졌으나,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안 전 지사를 무죄로 봤다.

다만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의 도덕적 시각과 법적으로 처벌하는 체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사회전반의 성문화와 성인식의 변화가 수반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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