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검찰이 설날 연휴에도 쉼 없이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하는 등 막바지 수사에 가속도를 낼 방침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고 추가 조사를 통해 설 연휴 직후 그를 재판에 회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검찰에 의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갖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간을 늘렸다.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이후 10일간 조사 가능하며, 한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즉,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이 기간 안에 공소 제기를 해야 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연장하면서 이날부터 시작되는 5일간의 설 연휴 기간에도 그를 한두 차례 비공개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현재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구속 이후 구치소와 검찰청을 오가며 지난달 25일과 28일 출석하는 등 두 차례 이상 검찰에 출석해 조사에 임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조사는 틈틈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방대하고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인물인 만큼 의혹 전반에 관해 확인할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의 혐의는 4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를 지닌다. 재판부 배당 조작 및 정치인 재판청탁 의혹 등 구속영장에 담기지 않은 의혹들도 개입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한은 오는 12일까지다. 검찰은 이 기간 내 이 사건의 최고 결정권자로 지목되는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핵심 인물들을 우선 일괄적으로 재판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원행정처 등에서 일했던 전·현직 판사들은 개개인의 관여 정도 및 조사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추후 기소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수사를 위해 수사팀은 설 연휴에도 출근해 막바지 보완 조사와 기소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여간 진행된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관련자들의 진술과 수집된 자료 등 증거들을 정리하면서 공소장 작업에도 이미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일환으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최근 검찰에 다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이후 임 전 차장의 조사는 이번에 처음 이뤄졌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달 30일 본인이 직접 출석해야 하는 첫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었으나 그 전날 변호인들이 전격적으로 모두 사임하면서 재판 일정이 연기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이후에도 기존처럼 '실무진들이 한 일'이라거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법정에서 본격적인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그는 지난해 6월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한 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지난달 11일 첫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앞에서 밝힌 입장표명에서는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동일한 입장을 견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과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등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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