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계식 회장 하마평 무성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의 향후 행보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민 회장이 2001년 이후 10년 동안 맡았던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배경을 놓고 각종 추측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쪽에선 민 회장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 후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사실상 민 회장이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에게 밀려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시되고 있다. 세간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의 세대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민 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16일 현대중공업은 “민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최고경영자에서 퇴진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대다수의 최고경영자들과 비슷한 행보를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이를 뒷받침 하듯 “민 회장의 회장 직함은 유지하면서 조선 기술 관련 자문 및 대외활동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 회장은 1990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선박해양연구소 소장, 기술개발본부 본부장을 역임하고 2001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04년 부회장으로, 2010년에는 회장으로 승진을 거듭하며 명실상부한 현대중공업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련업계는 민 회장의 퇴진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2001년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한 장수 경영자인 민 회장이 물러날 때가 됐다는 반응이었다.


현대중공업 그룹 총괄 회장 탄생하나

그러나 지난달 24일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이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조선산업 CEO 간담회’에서 “민계식 회장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중심축으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이날 이 사장은 “앞으로 민 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수합병을 통해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하이투자증권 등 그동안 영위하지 않았던 사업군의 계열사들이 늘어나면서 그룹 체제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빠르게 그룹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을 잘 아는 민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의 언급 이후 민 회장의 퇴진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졌다. 한편에선 이번 민 회장의 퇴진이 “외압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민 회장이 지난해 3월 임원 인사를 통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등기이사직을 내놓은 배경이 수상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민 회장의 이번 등기이사직 사임이 경영 부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주잔량과 신규수주에서 삼성중공업에, 건조량은 대우조선해양에 각각 밀렸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지난해 현대삼호중공업 임직원 12명이 상습적인 금품 수수 혐의로 검거되고, 사망사고 등 다수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에 민 회장이 책임지고 물러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오히려 “민 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그룹 경영체제를 위해 현대중공업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민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 된 가운데 일부 언론들은 이 사장의 말을 인용해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이 현대중공업 그룹 총괄 회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현대중공업 그룹의 그룹 경영체제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언론들은 앞 다투어 “민 회장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 만큼 앞으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을 총괄 지휘하는 그룹 회장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현대중공업그룹의 그룹 경영체제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며 또 다른 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반응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 사장의 발언을 언론이 확대해석한 면이 없지 않다”면서 현대중공업의 그룹 총괄 경영설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이 사장의 뜻은 민 회장의 노하우와 지식을 직원들이 전수 받았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지, 현대중공업그룹이 탄생해 각 계열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최고 경영자로서 그룹 총괄 회장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민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마당에 그룹의 총괄 회장을 맡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경계를 표했다.

한편 민 회장과 함께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긴 오병욱 사장 마저 이번에 등기이사직을 내놓았다.

이사회는 이들을 대신해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과 김외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장(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편호범 안진회계법인 부회장과 이철 서강대 교수가 추천됐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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