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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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던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가 연초 다시 확대됐다. 경기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빚을 내는 자영업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달 223조557억 원으로 지난해 12월(222조2071억 원)보다 8486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1조8832억 원 늘었다가 12월 1494억 원으로 증가액이 대폭 축소됐으나 지난달 다시 확대됐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에도 매달 2조 원가량 늘어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313조8000억 원으로 지난 한 해 25조 원(8.7%) 늘었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가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6.6%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금리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면 빚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고 부실화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0~12월 취급한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3.72%로 1년 전 수준(3.57%)보다 0.15%p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1년 전 수준(4.77%)보다 0.15%p 올라 평균 연 4.92%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이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어 대출 건전성을 더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각 38%, 37.6%를 넘어섰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비은행권으로 빠르게 넘어간 셈이다. 전체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0.65%로 지난 2017년말(0.51%)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여신심사고도화를 추진하고 1분기 중 제2금융권에도 RTI(이자상환비율)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가계부채관리점검 회의에서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대출액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업종별로는 부동산·임대업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 감독기관, 금융사 모두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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