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제명 된 전임 회장이 상임고문으로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체육계 폭행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체육계 미투(MeToo)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시태권도 협회가 비리로 얼룩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특별시 김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강남4)이 지난달 29일 서울시체육회 앞에서 시작된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에 대한 지지의견을 표명하며 협회의 비리와 서울시체육회의 솜방망이식 처분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관련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 ‘중징계’ 처분에도 서울시체육회는 ‘경징계’ 일관
서울시체육회의 종목단체인 서울시태권도협회는 ‘금품수수 및 배임 횡령’, ‘승부조작’, ‘인사청탁’, ‘성폭력 및 성매매’, ‘편파판정’ 등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관리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중징계(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조치 처분에도 서울시체육회는 ‘솜방망이식’ 경징계 처분을 내리고 있어 김 의원은 관련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승부조작으로 인한 억울함에 선수의 아버지가 목숨을 끊은 사건, 현지 태권도협회와 MOU 체결을 위해 방문한 중국에서 성매매 혐의로 중국 공안 단속된 사건뿐만 아니라 국기원 승인 없이 심사료를 인상하는 등 전횡을 일삼고 있음에도 특정인 중심의 조직 사유화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일갈했다.
그들만의 리그 형성?
김 의원은 또 승부조작 등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 관리단체로 지정되고 영구제명 된 전 협회장 임모씨가 서울시태권도협회 현 상임고문으로 재임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운영 문제에 책임을 갖고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임 씨가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상임고문과 매우 가까운 제자들이 서울시태권도협회를 장악하고 있는 등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김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태권도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된 당시, 현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이 관리단체 부위원장으로 재임하며 회원의 회비(복지기금) 7억8700만 원에 대한 결산 내용을 총회 승인을 받거나 공시하고 있지 않아 자금 사용의 출처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2016년 대한체육회의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특별조사 처분요구에 따르면 관련자에 대해 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중징계 조치를 해야 하나 서울시체육회가 이를 묵인해 직위해제만 하고 있어 합당한 처벌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진실을 위해 움직이는 태권도인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강남구태권도바로세우기’라는 급조로 만들어진 조직은 본인들의 흠이 들어날까 전전긍긍하며 집단행위를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 이 것이야 말로 파벌 프레임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근본적 개혁 필요”
김 의원은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인적쇄신 요구에 앞서 최근 잇따르는 체육계 폭행, 성폭행 미투 운동 확산을 계기로 서울시 체육계에도 유사한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회장인 서울시체육회는 연간 약 560억 원 이상의 시 보조금이 교부되는 단체로 회원종목단체(78)개와 자치구체육회(25개)의 사업과 활동에 대한 지도·지원 의무가 있으나 내·외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인사에서 횡령 등 혐의로 대한체육회의 영구제명을 받아 물러난 전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을 서울시체육회부회장으로 임명해 비리에 단 한 번 연루되더라도 체육계에서 영구 퇴출시키겠다는 대한체육회의 무관용 원칙을 무너뜨려 언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시 체육회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목동빙상장은 지난해 ‘소장 폭언·폭행’과 ‘소장 채용 비리 의혹’ 등으로 서울시 감사를 받아 일부 혐의가 인정됐지만 서울시체육회가 재심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지난 2014년 ‘성추행 의혹’과 ‘불법스포츠 도박’ 논란으로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직을 내려놨던 A코치가 현재 목동빙상장에서 개인 강습을 하고 있어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코치의 개인 대관을 허가한 서울시체육회의 비난을 면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 밖에도 시 체육회 내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인맥이 엮여 있어 공정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한 종목단체의 경우 사실조사 과정 없이 단순 민원만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징계 안건을 회부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편파적인 결과를 내놓아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회원종목단체 중 하나인 서울시태권도협회는 국기원 심사규정에 따라 태권도 심사비를 인상할 시 ‘사전승인’을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사비 6000원과 보험료 2000원으로 1인당 총 8000원을 국기원의 승인 없이 인상함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대략 약 5억 원 가량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등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구 태권도협회는 국기원으로부터 심사권을 위임받고 있는 서울시태권도협회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승인 없는 인상분에 대한 반환청구를 통해 일선 태권도장에 반환을 하는 게 시급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지속적으로 체육계의 폭언, 폭행,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고 “서울시체육회의 스포츠심리상담센터와 스포츠 성평등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피해에도 불구하고 말 못하고 고통 받고 있는 선수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금품수수 및 배임 횡령, 입학 비리, 폭력·성폭력,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등 체육 분야의 부정과 비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서울시민의 제보를 받아 사안별로 면밀히 검토해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시 감사위원회 조사 의뢰, 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조사특별위원회 구성 등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