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악재에 몸살 앓는 ㈜오뚜기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의 경영행보에 적색 신호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 계속된 실적악화로 인해 식품업계 1조 클럽 순위에서 지난해보다 3단계나 하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파가 불었을 때도 두 자릿수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던 오뚜기였지만 최근 들어 경쟁업체에 밀리는 양상이다. 더욱이 일부 시민단체들로부터 사외이사들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어 경영전반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과 함영준 대표이사 회장, 이강훈 대표이사 사장의 삼각편대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함 회장이 아직 내부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뚜기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2010년 3월 오뚜기의 연 매출은 1조 원이 넘었다. 카레, 마요네즈, 케찹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했다. 경영목표 역시 ‘조미식품 업계 1위 도약을 위한 기반 조성’으로 설정하고 힘찬 도약을 준비했다.

함 회장-이 사장으로 경영라인을 구축하고 다양한 사업에 나설 채비를 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2일 오뚜기가 공개한 3분기 보고서는 참담했다.

3분기 매출액은 3511억 원으로 전년대비 5% 감소했다. 이익은 더 참담했다. 23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0% 줄어든 138억 원, 당기순이익은 41% 감소한 12억 원에 머물렀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380억 원으로 전년대비 1.1% 줄었다. 영업이익도 27% 감소한 453억 원에 그쳤다.

품목별로도 매출이 늘어난 분야가 없다. 조미식품류는 매출이 지난 동기보다 5.6% 줄어 1579억 원을 겨우 넘겼다. 업계 1위를 유지하는 케찹과 마요네즈 등 소스류 매출은 1735억 원으로 4.4% 감소했다.

간판제품인 ‘오뚜기 식용유’를 포함한 유지류 매출은 12.4%나 급감했다.

식용유시장에서의 점유율 또한 지난해 13.8%에서 올해 10.4%로 낮아져 1위 자리를 겨우 붙잡고 있다. 면류 사업은 그나마 2.2% 감소해 선전한 편에 속한다.

지난 2월 23일 식품업계와 금융감독원의 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뚜기는 지난해 실적이 1조3700억 원(0.66%)으로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009년보다 무려 15.7%나 떨어졌다. 당기순이익 역시 10.6% 뒷걸음질 치면서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급기야 식품업계 1조 클럽 순위에서도 4위에서 7위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이 사이 동서식품과 롯데제과가 치고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함 회장이 오뚜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0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는 지난해 3월 29일 오뚜기의 새 회장으로 선임됐다. 아버지가 일궈낸 기업을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취임 후 실적이 떨어지는 굴욕을 맛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오뚜기의 부실한 배경에는 사외이사의 문제점이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근무태만, 거수기 논란

지난해 3월 임기 3년의 오뚜기 사외이사로 선임된 정순환 전 태원산업 대표의 경우 이사회에 한 번도 출석한 바가 없다.

오뚜기는 지난 한해 총 15회 이사회를 열었지만 정 사외이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사외이사였던 김무희 전 태동화학공업 전무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외이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거수기 논란’에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에 홀로 출석해 오뚜기가 내놓은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총 2명의 사외 이사들 중 한 사람은 근무태만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거수기 역할만 한 것.

동종업계인 CJ제일제당의 사외이사 4~5명이 2007년부터 3년간 60~100%의 출석률을 기록하고, 안건에 대해 토의한 것과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다.

또한 업계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한 것이 경영악화를 지속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지류 시장에 불고 있는 웰빙트렌드에 발맞추지 않은 채 인기를 얻고 있는 포도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등 프리미업급 유지류 마케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저가의 콩기름, 옥수수유 제품에만 주력한 것이 매출 하락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오너일가의 균열이 경영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뚜기는 창업주인 함 명예회장이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아들에게 아직 주식 전부를 증여하지 않아 여전히 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분율 17.46 %를 보유하고 있다. 함 회장이 16.83%로 2대 주주로 있다. 이에 함 명예회장이 아들 경영에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설도 제기된 바 있다. 이는 업무가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경우) 사정이 생겨서 참석을 못 한 것 뿐이며, 전화통화상으로 의사를 전달한다”고 해명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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