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설·고액 연봉·금품 살포 의혹…레이스 ‘후끈’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중소기업 대통령’(중통령)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가 2월 말 예정된 가운데 ‘진흙탕 싸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기중앙회의 위상이 현 정부들어 더욱 높아지고 중소기업인들의 이익을 직접 대변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회장 선거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후보를 비방하는 메시지가 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인이 어려운 내용까지 사실처럼 번지면서 이번 선거를 앞둔 후보 간 불필요한 오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중앙회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하다. 

허위사실 공표·사전선거운동으로 선관위 이어 검찰 고발까지 이어져
 28일 투표로 결정…과반 득표해야 기탁금 반환, 달라진 모습 기대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중소기업중앙회의 차기 회장 선거가 지난 7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최종레이스에 돌입했다.

지난 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오는 28일 중기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제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임기는 4년으로 경제 6단체 중 유일하게 중소기업인을 위한 자리다. 최근 경기 침체를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진 만큼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돼야 한다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과열된 선거전…비방·의혹 제기 심화

문제는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괴소문이 고개 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기중앙회 회장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3건 이상의 진정서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기중앙회 제26대 회장 선거의 선거관리를 위탁받은 기관이다.

업계에 따르면 A 후보는 중기중앙회 자회사 대표를 지내면서 과도한 보수를 받았고 중소기업 면세점의 주요 자리에 본인의 회사를 입점시켜 이익을 취했다는 등의 의혹이 모바일 채팅 메시지로 제기됐다. 해당 후보는 급여와 입점은 아무 문제 없다며 사전 선거운동과 명예훼손이라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또 다른 입후보자 B씨에 대한 진정서도 접수된 상태다. B씨의 측근 C씨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됐다.
C씨는 B씨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18일 허위사실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선거권자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B씨와 같은 고향 출신으로 B씨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문자에서 “금일부로 B의 지지율이 50%를 돌파하였습니다. 금일 현재 지지자수는 290명으로 선거원을 가진 회원 579명의 50.9%를 차지하여 1차 목표였던 과반을 달성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쁨은 마음껏 누리고 슬픔은 함께 나눈다고 합니다. 이 좋은 소식을 담당(관할) 이사장님께들도 전파해 주십시오. 이제 최종 목표인 합의 추대를 위해 힘껏 달려갈 것입니다. 계속해서 많은 성원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등의 말을 전했다.

선관위 측은 C씨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및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B씨는 선거를 앞두고 지인들에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접수된 고발장에 따르면 B씨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 다수의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향응과 시계 등을 반복적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에 대해 “모두 음해성 고발”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확인이 어려운 소문이 퍼지면서 혼탁양상을 띠고 있다.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있다거나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그중에는 ‘현 정부가 입맛에 맞는 후보를 회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특정후보를 탄압한다’거나 ‘금품 살포와 선거비용이 10억 원을 넘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과열 조짐과 치열한 물밑경쟁을 두고, 중기중앙회의 위상과 주목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기중앙회 회장이 되면 부총리에 해당하는 의전을 받기 때문이다. 또 중기중앙회장은 5대 경제단체장으로 대통령의 공식 국외 순방에 동행한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로서는 섣불리 누리기 어려운 대우를 받게 되는 셈이다.

서로 하려는 회장직, 이유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첫 외부 일정은 중기중앙회 방문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도 중기중앙회를 중요하게 챙겼었다. 게다가 국민의 다수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어 중기중앙회 회장에 대한 입김이 강하다.

중기중앙회 회장은 별도의 급여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예직에 가깝지만 월 1000만 원의 대외활동비와 최대지분을 보유한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 보수 등 금전적 이익도 상당하다. 국회에 따르면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 보수로 약 3년간 김기문 전 회장이 26억7000만 원, 박성택 회장이 7억 원을 수령했다. 다만 박 회장은 취임 후 대외활동비용 법인카드를 수령하지 않았다.

경제계 관계자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임기 4년 동안 부총리급 의전을 받으면서 대통령 공식 해외 순방에도 동행하는 등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많은 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으로 인해 선거 이후 후유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선거부터는 후보 기탁금을 2억 원으로 올리고 과반 득표를 해야 그 중 절반을 돌려받도록 규정을 바꿨다”며 “후보 등록 기간이 지나면 본인 홍보 등을 위해 나선 후보가 절반 이상 걸러지면서 예전과는 양상이 조금 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는 5명의 후보가 물망에 오르는데 이미 두 번을 연임한 전임 회장이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다.

23·24대 회장을 지낸 김기문 진해마천주물공단조합 이사장은 자신의 약력에 26대 회장을 새기려 한다. 4년 임기에 한 차례 연임을 허용하고 있는 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출마다.

이 외에도 지난 25대에서 결선투표 끝에 박 회장에 아쉽게 밀린 이재광 전기에너지조합 이사장(광명전기 대표), 민주당 후보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도전한 이력이 있는 이재한 주차설비조합이사장(한용산업 대표), 현 중앙회 지도부와 가까운 원재희 폴리부틸렌조합이사장(트럼파스트 대표), 12년 중앙회 부회장을 지낸 주대철 방송통신산업조합 이사장(세진텔레시스 대표) 등이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박상희 이사장은 26대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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