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윤영석·조경태... 최고위원 선거도 ‘단일화’ 불가피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뿐 아니라 최고위원 선거 열기도 뜨겁다.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사들만 1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당권에 도전했던 후보가 최고위원 출마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어 최고위원 경쟁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당은 최고위원 후보가 난립할 경우를 대비해 컷오프를 거쳐 8명만 본 경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한다. 당대표에게 한 표, 최고위원에게 두 표의 투표권이 주어지는 1인 2투표제를 실시한다. 당대표 선거에는 원외인사가 두각을 나타내는 반면 최고위원 선거에선 원내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왼쪽부터 김광림 의원, 윤영석 의원, 윤재옥 의원, 조경태 의원

 

- 당대표 준비하다 최고위원 도전… 당선 실리 없고 낙선 땐 치명타
- 여성후보들 최고위원 쟁탈전… 김순례·이은재·신보라 출마 가닥


단일성 지도체제 채택에 따라 ‘마이너리그’로 전락할까 우려됐던 최고위원 경선에 의외로 원내 재선 이상 의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권역별 ‘대표선수’ 출마 움직임까지 일면서 최고위원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몫 한 자리 제외,
사실상 세 자리 놓고 ‘각축전’

한국당의 최고위원은 총 5명이다. 이 중 청년 최고위원(만 45세 미만) 1명은 따로 뽑는다. 나머지 4명은 ‘전당대회’ 선거와 여론조사에서 1~4위 득표자가 선출직 최고위원이 된다. 이 중엔 여성 최고위원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다. 당 지도부는 당대표 1인과 최고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특이한 점은 당대표 선거와 달리 한 사람이 2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본 경선에 오를 ‘컷오프’ 기준을 최고위원 8명, 청년 최고위원 4명으로 정했다. 후보가 많을 경우 여론조사를 통해 미리 후보군을 추리겠다는 얘기다. 청년 최고위원을 제외한 최고위원 4명 중 1명은 여성으로 두기로 한 만큼, 남성 후보군들은 사실상 3개 자리를 두고 싸우게 된다.

최고위원 출마 뜻이 있는 인사들은 원내외에 골고루 포진돼 있다. 원내 중진급과 원외 소장파 간 대결 구도도 그려지는 모습이다. 원내에선 김광림 의원이 경북 단일후보로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을 경제 정당, 정책 정당으로 탈바꿈해 역량 있는 대안 정당으로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북 안동에서 3선을 한 김 의원은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특허청장,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정책통’이다. 그는 한국당 정책위의장을 지냈으며, 11년간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했다. 김광림 의원은 3일, 안동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신시장과 구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가졌다.

윤재옥 의원은 한국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 의원들과의 교감을 거쳐 대구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대구 의원들은 대구를 대표하는 최고위원 후보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윤 의원과 김상훈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한 끝에 윤 의원이 ‘대표선수’로 나서게 됐다.

지난달 31일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윤재옥 의원은 “대구의 당원 동지들은 대구 의원들이 앞장서서 한국당을 살리는 역할을 해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의원뿐만 아니라 대구의 당원들이 힘을 몰아줄 것”이라고 압도적 지지를 자신했다.

이달 1일에는 지역인 대구시당을 찾아 대구경북 당원들의 지지도 호소했다. 윤 의원은 “최고위원이 되면 의원의 객관적 의정활동 평가를 우선으로 새로 도전하는 분들과 경쟁력 있게 공천하겠다. 특정 계파라든지 그런 것들 위주로 공천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낸 지역 의원인 김광림 의원을 두고는 “두 사람 다 되면 좋겠지만 서로 협력하고 당을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 서로 설득하고 노력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과 윤 의원의 적극적 행보에 대해 “책임당원이 가장 많은 TK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다만 지역 출신이라고 무작정 호소를 할 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 등 뭔가 특별한 정치적 이슈를 내놓고 지지를 호소해야 설득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경태 ‘하향 안정지원’,
‘독이 든 성배’ 우려...

경남 대표로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출마한다. 경남에선 4선 김재경(진주을), 재선 김한표(거제), 초선 박완수(창원 의창구) 의원 등이 최고위원 출마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남지역 최고위원 후보는 윤영석 의원으로 단일화했다.

윤 의원은 1일 “경남에 쟁쟁한 의원들이 많으시지만 다 찾아뵙고 제가 출마하기로 했다”라며 “최근 어려운 상황에 있는 자유한국당에 희망과 미래를 제시하는 승리의 DNA를 되살리기 위해 출마한다. 한국당은 화합하고 젊고 혁신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고용노동부 사무관을 지내고 하버드대와 북경대 객원연구원을 지내다 19대 국회에 입성해 원내대변인을 지냈다. 20대 국회에선 당 수석대변인과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하고 있다. 현재 경남도당 위원장이다.

당권 주자 혹은 당권 도전을 고민하던 인물이 최고위원 출마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경태 의원은 당초 당대표를 조준했으나, 최고위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 의원은 지난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정을 가진 젊은 4선 최고위원 후보, 혁신의 시작,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며 자유한국당의 혁신 작업을 맡겨 달라, 완전히 새롭게 바꾸겠다”고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보통 최고위원 선거는 3선 이하의 현역 의원이나 원외 인사들의 경선 무대라는 점에서 조 의원의 출마를 ‘의외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조 의원이 일종의 ‘하향 안정지원’을 한 이상, 최고위원 경선의 목표는 최다 득표, 즉 수석최고위원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배석한 지지자들이 “당대표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받으시라”며 수석최고위원으로 지도부 입성을 기원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조 의원의 최고위원 도전과 관련해 “실리 없고, 낙선한다면 치명타”라고 평가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6일 “조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당연한 일’이고, 만약 떨어지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며 “조 의원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현실도 녹록지 않다. 한국당은 4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지만 반드시 1명의 여성을 포함시켜야 한다. 결국 3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소한 부산·울산·경남(PK)의 대표 주자로 나서거나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PK에선 한국당 수석대변인과 경남도당 위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재선의 윤영석 의원이 일찌감치 표밭갈이에 돌입한 상태다. 윤 의원은 경남 국회의원 전체(11명)의 지지를 받고 부산과 울산의 상당수 원내·외 위원장들도 그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의 회원이다.

이에 따라 지역 정가에선 조 의원이 등록일인 지난 12일까지 윤 의원과 PK 후보 단일화를 암묵적으로 성사시키거나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윤 의원이 동시에 출마해 두 사람 모두 낙선할 경우 조 의원에게 비난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청년 최고위원도 ‘치열’
‘최연소 당협위원장’ 박진호
‘탄탄한 조직력’ 배병인

한편 여성 후보들의 최고위원 쟁탈전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여성 최고위원은 별도로 뽑지 않고 다른 최고위원들과 함께 투표한다. 4위 득표자 안에 여성이 없으면 여성 후보 중 최다 득표자가 4위에 올라 최고위원이 된다.

정미경 전 의원, 김순례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배현진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정 전 의원은 “삭제되지도, 편집되지도 않은 한국당의 마이크로 문재인 정권과 싸우겠다”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수원지검 검사 출신이다. 한나라당 원내부대표와 대변인,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을 지내 홍보통으로도 분류된다.

김 원내대변인 역시 6일 한 언론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성 최고위원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당초 8일 출마 선언을 하려고 했으나 전대 연기 여부를 지켜본 후 출마 선언일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최연소 당협위원장인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과 배병인 당 중앙청년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도와 달라거나 배려해 달라 하지 않겠으니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산업기술대 총학생회장 및 전국 전·현직 대학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구성된 ‘전국청년대표자연합' 부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시절 당원협의회 막내 청년위원에서 시작, 미래세대위원과 중앙대학생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당협위원장에 선임됐다.

배 중앙청년위원장의 경우 탄핵 당시부터 전국 시·도당 청년위원장들과 구당 운동을 전개하는 등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아 왔다. 배 위원장은 지난 2017년 중앙청년위원장에 임명된 후 당내 최초의 연임 중앙청년위원장으로 알려지면서 능력과 활동에 인증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배 위원장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마다 청년 정치인들은 당이 흔들리지 않게 밑바닥인 기초를 다시 다지는 역할에 희생을 해 왔다”며 “청년 최고위원 도전에 좋은 결과를 보여 한국당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청년들의 역할과 모범적이고 신선한 보수정치의 참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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