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장·고용·미세먼지 세 마리 토끼 잡는다는데…

지난달 17일 울산시 남구 울산시청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행사가 열린 가운데 행사장 앞에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수소드론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17일 울산시 남구 울산시청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행사가 열린 가운데 행사장 앞에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수소드론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정부가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들고 나오면서 성공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과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수소 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효율성과 경제성, 경쟁력 확보, 환경 문제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만큼 구체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소차 ‘대세’ 될까...“美·中은 ‘전기차’ 바람”
환경단체 “수소차 미세먼지 저감 효과 회의적”

정부가 수소경제를 향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울산에서 열린 수소경제 전략보고회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리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골자는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 620만 대, 충전소 1200개 설치,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확산 및 수출 산업화,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확대 등을 통해 전세계 수소경제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수소는 1kg에 8000원 수준이다. 정부는 수소 공급을 2018년 기준 연 13만t에서 2040년까지 연 526만t으로 대량 늘려 2040년에는 1kg당 3000원 이하로 내리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수소경제로의 이행이 성장과 고용, 미세먼지 해결 등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누적 1조 원 수준인 수소경제 효과는 2022년 16조 원, 2030년 25조 원으로 규모가 커지고, 고용 유발 인원은 현재 1만 명 수준에서 2022년 10만 명, 2030년 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정부의 목표대로 수소차가 보급되면 연간 3만t, 현재 발생량의 10%에 해당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소경제의 문제점으로 수소의 낮은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을 꼽았다. 현재 km당 연비는 전기차가 49원, 수소차가 83원, 휘발유차가 116원인데 수소차는 수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 보조금 없이는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점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장과 압축을 위한 시설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수소 충전소 한 곳당 30억~35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민 울산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상용화를 위한 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문제다. 지금은 정부 지원을 통해 충전소를 짓는다고 해도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상용화 할 수 있을 만큼 기반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소차, ‘지배적 설계’ 될 가능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수소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교수는 “기술은 ‘지배적 설계’가 돼야 한다. 수소차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한동안 계속 쓰였는데, 그런 것을 지배적 설계라고 한다. 현재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수소차나 전기차 등이 경쟁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기술이 뛰어난 것이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경제적인 측면이 작용하는데 보통은 강대국이 미는 기술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과거에 아날로그 HD TV를 일본이 처음으로 상업 방송했는데, 미국은 디지털 HD TV를 밀었다. 일본이 이미 다 개발해서 방송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기술은 사장됐다. 결국 소니 등의 기업은 경쟁력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미국이 테슬라(Tesla)를 중심으로, 중국은 비와이디(BYD)를 중심으로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이 표준화, 즉 지배적 설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상품의 사용가치가 더욱 높아질 때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적인 측면에서도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가 뒤처질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 특정 대기업 몰아주기 눈총”

일부 환경단체는 정부가 언급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정부는 수소차 덕분에 미세먼지가 수년간 몇 만 톤 줄어든다는 식인데, 기존 내연기관 차량이 퇴출되고 수소차로 전부 대체되는 것이 아닌 이상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실제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의 계획이나 정책 시그널은 정작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경유차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수소차 보급이 특정 대기업 몰아주기라는 눈총까지 받는 상황 아니냐”며 “최근에는 정부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도 해 줄 정도였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수소를 얻는 과정 역시 기존의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소는 제철소나 석유화학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국내에선 160만~200만 톤의 부생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수소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소는 10만 톤 정도로 연간 50만 대의 수소차를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부생수소는 수소차 보급이 늘어났을 때 동시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주로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에서 생기는 수소인 만큼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 국장은 “현재로서는 수소차도 주행 과정만 친환경인 것이지 수소 자체는 여전히 화석연료에서 얻어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수소, 이른바 ‘그린 수소’라면 납득할 만하다. 전력 생산 방식 자체가 친환경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화력 발전소가 70%에 달한다. 정부가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고 했지만 민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이 관심 있어 하고 투자하고 싶어 하는 부분에 맞춰 활로를 열어주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미로 보고 있지 전문가들은 수소차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며 “본래 취지에 맞추려면 더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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