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정치 부활? 유영하의 황교안 저격 속뜻은...
옥중정치 부활? 유영하의 황교안 저격 속뜻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9-02-08 20:00
  • 승인 2019.02.08 20:09
  • 호수 129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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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총리 저격’ ‘친박 프레임 깨 줬다’
유영하 변호사 [뉴시스]
유영하 변호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자유한국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지방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를 향한 견제가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황 전 총리를 향한 견제는 친박, 비박, 탈당파 등 계파를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격인 유영하 변호사가 황 전 총리를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자 제각각 해석이 분분하다.


유 “黃이 朴 수인번호 몰라?”… 황 “朴에게 도리 다해”

홍 전 대표 朴 석방운동?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7일 자유한국당 당권주자인 황교안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면회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대통령께 언젠가 제가 접견을 들어갔을 때 황 전 총리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으로부터 전해왔다”며 “대통령께서 거절했다고 말했고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절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면서도 “이 자리에서 밝히진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유 변호사는 또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는 것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분이 출마선언도 했고 여러 말씀하신 것으로 아는데 행간을 잘 짚어보면 국민들께서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인 ‘503’을 모른다고 밝힌 데 대해선 “자기를 법무부 장관에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발탁하신 분이다. 어떤 이유든 간에 수감생활하고 계신다”라며 “다 인터넷에 뜨는데 그걸 모른다는데 모든 게 함축돼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운동을 펼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선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일축했다.

그는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서 말로만 석방을 외치는 친박보다 법률적, 정치적으로 도움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며 “이후에 법률적, 정치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 되묻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유 변호사 말에는
‘박心’ 실렸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린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말에는 ‘박心’이 실렸을 거란 분석이 많다. 방송에 출연한 유 변호사도 “박 전 대통령도 (인터뷰를) 허락했다”고 말한 만큼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방송 이후 자연스럽게 여의도 정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옥중정치에 나섰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황교안 전 총리를 저격했다’ ‘친박 프레임을 깨 줬다’ ‘배신의 정치 발언이 떠오른다’ 등 유 변호사의 얘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당 일각에서는 하루 만에 친박계 인사들의 표심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위기감을 느낀 일부 친박 인사들이 황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 변호사 발언의 의도가 어쨌든 간에 황 전 총리에 섭섭한 마음을 느끼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직후 허리가 좋지 않아 책상과 의자를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교도소 측에 이야기했으나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책상과 의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7월 21일 들어갔다고 했다.

유 변호사의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황 전 총리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황 전 총리는 8일 오전 10시 대구시청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지역 현안을 청취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의 면회를 거부했다’는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지금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 최선을 다해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가 스스로 친박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친한(친대한민국)이다”라며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을 막아내고 나라의 활력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이자 당대표 출마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어떤 도리를 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시스]


당권 경쟁자들
황 전 총리 때리기 ↑


당권 경쟁자들은 황 전 총리 때리기에 본격 나선 모양새다. 유 변호사의 발언이 촉매가 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8일 페이스북에 “우리는 이미 보수당의 몰락을 넘어 보수 진영 전체의 붕괴를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하지만 어제 유영하 번호사의 인터뷰를 계기로 우리 당은 진짜 친박이냐 가짜 친박이냐의 논쟁으로 다시 접어들고 있다. 당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또다시 퇴행한다는 현실이 암담하기 그지없다”라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박근혜가 좋아하는 진짜 친박이냐의 논란 속에 빠져든 황교안 후보! 이것이 황교안 후보의 한계”라면서 “황교안 후보는 앞으로 이런 식의 논란으로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 후보가 이런 논란에 휘둘릴 약체 후보란 사실이 안타깝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 자체가 서글픈 현실”이라며 “이제 대한민국 정당은 인치가 아닌 가치, 특정인이 아닌 시스템, 그리고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정우택 의원도 ‘친박’을 거론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정우택 의원도 이날 황 전 총리에 대해 “아직 미숙하고 불안한 후보라고 단언한다”며 맹공격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황교안 후보는 친박인가? 아니다. 그는 친황계를 원한다. 친박은 결국 그에게 굴레일 뿐이다”라며 “당권은 대권으로 가는 지렛대일 뿐이고, 당은 대권으로 가는 발판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황교안 후보는 당을 과거로 돌릴 것”이라며 “그는 잠시의 바람일 뿐이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정치신인’ 황 전 총리의 강점으로 꼽히는 참신함과 신선함에 대해서는 “미숙함과 시행착오일 뿐이다”라고 반박하고 “정치인에게 필요한 헌신과 희생이 없다. 기회를 포착하는 타이밍만 있을 뿐이다”라고 일갈했다.

정 의원은 “이번 당대표는 당을 단결하고 혁신하면서 보수대통합에 나서야 하고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오만, 실정에 대해 원내외가 동시에 병행하여 투쟁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만반의 준비도 동시에 갖춰 나가야 한다”며 “우리 당은 이러한 황 후보에게 아직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학용 의원
“섭섭한 마음 토로”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색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황 전 총리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황 전 총리에게 ‘친박 프레임’을 벗게 해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유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토로한 거라고 보는데”라며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이 된다”라고 말한 뒤 “박근혜 프레임을 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수가 살려면 어제 오세훈 전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박근혜를 뛰어넘어야지만, 극복해야지만 보수가 부활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오 전 시장의 발언이 “박근혜 표를 얻기 위해서 박근혜 이름을 거론한 것은 그만해야 된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하자 김 의원은 “솔직히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당대표가 되려는 사람이 자기 얘기면 되지 뭘, 이미 지나간 역사에 기대서 유불리를 따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행자가 “황교안 전 총리에게 도움이 되라고 이런 얘기를 했을까요”라고 묻자 김 의원은 “제가 단정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