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011년 ‘안철수 현상’이라는 정치신드롬을 만들어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2017년 대선과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뒤 독일로 떠났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말한다. 툭하면 철수를 했으니 주특기를 살려 이번에야말로 한국 정치판에서 발을 완전히 빼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8년 전의 ‘안철수 현상’의 재현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우나 그래도 그에게 정치적 부활을 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변은 50%의 지지를 받던 그가 갑자기 5%의 지지를 받던 사람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함으로써 민주당에게 커다란 경각심을 갖게 한 점과, 2012년 대선 때 스스로 진보진영에서 정치깃발을 올림으로써 보수와 진보의 ‘평형수' 역할을 한 점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족적이라는 것이다. 또 2016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뛰쳐나와 국민의당을 만듦으로써 새누리당(현 한국당)의 공천파동을 유도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이때 만들어진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것은 전적으로 안 전 대표의 공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그의 선택으로 보수는 분열했고, 그의 보수 분열 획책 덕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안 전 대표야말로 문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호남을 버리는 정치적 스탠스 변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어냈으니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선택들이 우리나라 민주정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게 아니고 뭐냐는 것이다.

지극히 정치공학적인 궤변처럼 들리나 때로는 정치공학이 정당화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 말이다.

정말로 안 전 대표가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한 것이 민주당에 경각심을 심어준 정치적 행위였다면 민주당이 여당 된 지금 상황이 어떠한가. 그리고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 창당은 ‘신의 한 수’였다고 동의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있을 텐가. 창당할 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에 남아 끝까지 투쟁했으면 그의 존재감이 빛났을지 모른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이 당시 호남은 이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등을 돌렸던 터다. 새로운 당내 개혁 세력의 출몰을 갈망하고 있던 때다.

안 전 대표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의당은 이후 내리막길로 치닫고 보수는 분열됐다. 그 여파는 2017 조기대선에서 보수 표 잠식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의 ‘분열 획책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돼 국민의당을 두 조각으로 쪼개 정체성도 다른 바른정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호남을 포기하는 전략을 폈다가 민주당 일방독주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안 전 대표의 정치는 전반부 ‘철수’, 후반부 ‘분열’의 족적이 뚜렷하다.

그의 선택에 의한 보수의 분열과 민주당의 일방독주가 우리나라 정치를 가르는 이념갈등시대를 종식시키기는커녕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욱 심화된 사실을 지적 안 할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정치에 발을 담근 후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말 바꾸기를 예사로 하며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었다.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와 철학적 사고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서 그 스스로 ‘안철수 현상’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게 아닌가 한다.

이제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지는가 했던 그의 이름이 현 정치상황과 맞물려 정치권 일각에서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그가 정치복귀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그의 자유다. 그러나 ‘철수’와 ‘분열’로 점철된 그의 정치역정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이 그에게 또 기회를 줄 것 같진 않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