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부동산시장 회복 기회로

당국의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로 피해를 입은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지난 3월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지난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촉발된 ‘저축은행 사태’의 파장이 진정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부실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어 바람만 불면 언제든지 다시 불길로 타오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지속되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회수가 불투명한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자본 확충을 하려고 발행한 후순위채의 만기 도래도 부담이 된다. 특히 긴급 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했던 환매조건부 부동산 PF 채권 만기 역시 임박해 돌아오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부실방지 종합대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그 후속책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금융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지 두 달여가 지나갔다. 연초 105개였던 저축은행 중 8곳은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를 당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 대다수 고객들은 금융당국의 사태 해결 노력을 지켜보면서 상당기간 불안에 떨며 마음고생을 했다.

이처럼 적지 않은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배경과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있는 것인지 고민할 시점이 왔다.

우선 한 때 저축은행의 고수익 사업이었던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화된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PF 대출은 담보나 보증 등의 안전장치를 토대로 대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금이 투입될 부동산 사업(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을 판단해서 대출을 한다. 만약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그 위험을 고스란히 대출기관이 전담해야 한다.

많은 저축은행들이 부동산경기가 호황이던 2005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부동산 PF 대출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PF 사업장은 그대로 직격탄을 맞은 꼴이 됐다.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부동산가격도 폭락하면서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등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0%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 과정에서 자본이 잠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PF 대출 연체율이 100%가 되기도 했다.

또한 저축은행은 그 동안 금융당국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대주주들이 전횡을 일삼고 대출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을 승인하는 등 부실을 초래했다. 따라서 방만한 경영으로 고객과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들에게는 확실하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17일 금융위원회는 부실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던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직접검사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강도 높은 저축은행 감독방안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우량 저축은행 여신한도 우대조치(일명 8·8클럽) 폐지, 후순위채 공모발행 제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대주주 감시를 강화함으로써 저축은행의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금융위원회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부실방지 종합대책이 실시되면 단기적으로 건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외형과 수익성 위축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불신을 떨쳐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금융당국은 오는 4월에 저축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육성안을 포함하는 서민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체질을 개선하고 재무 건전성 강화 및 신뢰회복을 위해서 다양한 고유의 신규사업 영역을 확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자숙하고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또 다시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실 PF 처리 및 부동산 경기 회복에 노력

지난 7일 국회상임위는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5조 원대의 구조조정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저축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매입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금융당국의 계획이 탄력을 받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부실채권 5조8000억 원을 이 기금을 활용하여 약 60%의 가격(3조5000억 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이로써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저축은행의 부실여신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방안을 찾은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타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채권까지도 위험해 질 수 있다.

건설업계가 장기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줄도산으로 이어진다면 국가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기관의 추가 부실사태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지방의 일부 도시(부산, 대전 등)로부터 신규 분양과 부동산거래 및 경매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도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설경기를 북돋아야 한다.

[이진우 산업·경제 부장]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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