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 <정대웅 기자>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 사이버사령부에 '댓글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70) 전 국방부 장관에게 검찰이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의 군형법상 정치관여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관빈(66)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 원, 추징금 2800만 원을 구형했다. 김태효(52)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헌정사에 군이 정치에 관여했던 것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1987년 민주항쟁 후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명문화됐다. 비상사태가 아니면 군은 민간에 침입행위를 하면 안 된다""그런데 김 전 장관 등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본건 범행을 부하에게 지시하고, 특정 응시자의 사상검증을 해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장관 등이 주장하는 '종북'의 개념은 정부나 대통령, 보수세력을 비난하면 모두 종북에 해당할 정도로 모호하다""이 같은 사람들이 실제 북한의 사주를 받아 비판한 것인지는 엄격히 규명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하지만, 김 전 장관 등은 자의적 기준으로 종북이라 단정하는 오만하고 고압적인 발상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 등의 주장대로 규명이 어렵다면 일반 사회에서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 시위도 같은 논리로 얼마든지 군의 개입이 허용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과오를 반복한 범죄에 이제 다시는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해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확립하는 역사적 선언으로 본 사건이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며 최후진술을 했다.

그는 "저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했지만, 위법부당한 일을 강압적으로 밀고 나가지 않았다"면서 "어떤 일이든 사심을 갖거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결심하지 않았고, 늘 부하들에게 입버릇처럼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저는 정권을 위해 일한 것이 아니고 오직 강한 군대를 만들고 튼튼한 안보를 위해 사심 없이 노력했다""국군 사이버사령부도 북한의 대남 사이버심리전에 맞서서 대응작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만 믿었지 정치관여 의혹으로 기소되고 재판을 받을 줄 상상조차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로 인해 수많은 부하가 연루돼 법정에 서는 등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고, 특히 충직한 군이었던 고() 이재수 장군이 극단적인 투신의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부하들의 지나친 과욕으로 위법한 행위가 이뤄졌다면, 그 책임은 장관이었던 저에게 있으니 부하들은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최후변론을 통해 "북한의 대남심리전은 검찰의 주장대로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실재하는 것으로 여론조성 세력의 조작을 막는 것은 반대 댓글 외에는 없다""78만개의 댓글 중 정치관여로 인정된 것은 8862개로 1.1%에 불과해 이를 두고 특정 정치집단을 지지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은 북한이 제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군인이고, 북한이 여러 번 테러 대상으로 공모해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장관직을 수행했다""이런 식으로 군인을 처벌하면 그 이후는 (사이버심리전을) 아무도 안 하려고 해 피해를 입는 것은 대한민국 군인이 아닌 국민 모두"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도 최후진술을 통해 "근거 없는 추측을 바탕으로 한 공소장으로 40년 넘게 나라에 매진 한 저를 정치군인으로 묘사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전 기획관도 "1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저와 변호인단은 보다 자세하고 기초적인 검증으로 입증하려 했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달 21일 오전 1030분에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지난 201111월부터 20136월까지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부대원 등에게 온라인상에 정부·여당 지지 및 야당·야권 비난 등 정치적 의견의 글 9000여개를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기획관은 20122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김 전 장관 등의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또 김 전 장관은 20126월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신규 채용 과정에서 정치 성향을 검증하고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201312월부터 20144월 백낙종 당시 조사본부장 등에게 사이버사령부 정치관여 수사 축소를 지시해 부대원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0117월부터 201310월 사이 사이버사령부 측으로부터 28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의 구형대로 실형이 선고될 경우 불구속 재판을 받아온 김 전 장관은 다시 구속된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지난 201711월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됐다. 이는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인용한 많지 않은 사례 중 하나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다시 기각하면서 김 전 장관 등을 불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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