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 위에 군림하는 매일유업인가

식중독균 논란을 빚은 매일유업(사장 최동욱)이 억울하다며 해명입장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 3월 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하 검역원)은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명작 플러스-2’에서 식중독을 유발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매일유업은 소비자들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매일유업은 발표 직후 해명자료를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역원에 재검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검역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매일유업은 외부기관에 검사를 요청했다. 그 결과 ‘식중독균 불검출’이라는 결과를 받아냈다. 하지만 외부기관의 결과만으로 성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검역원을 고소하지 않고 이미지 개선 작업에 전념할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떳떳하면 대응해야지 이를 감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매일유업의 해명이 힘을 잃고 있다. 더욱이 아기엄마들의 원성만 더해 매일유업 분위기가 흉흉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이다. 검역원이 현재 유통되는 조제분유에 대해 정기검사를 실시한 결과, 매일유업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명작 플러스-2’ 제품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역원은 지난달 6일 경기 평택공장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명작 플러스-2’제품 4만9774캔(시중 유통 3만7714캔) 가운데 6캔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1개의 캔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전격 발표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식중독 뿐 아니라 중이염, 방광염 등 화농성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국내에서는 살모넬라균 및 장염 비브리오균 다음으로 식중독을 많이 일으키는 세균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검역원은 경기도에 해당 제품에 대한 긴급회수를 요청하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섭취하지 말고 즉시 구입처나 제조사에 반품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매일유업은 이날 오전 즉각적인 보도 자료를 통해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검역원의 검사과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검역원에 재검사를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매일유업은 외부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해당 제품을 한국식품공업협회 산하 한국식품연구소,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공중보건실험실 등 11개의 외부기관에서 검사한 결과, 모두 불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일유업 측은 “제품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자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외부 11개 기관에서도 검사한 결과 자사 6종의 제품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불검출’돼 제품 안전에 전혀 이상이 없음을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역원은 “이번 검사는 지난해 영국이 주관한 국제비교숙련도시험(FEPAS)에 참가해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실험실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공신력을 의심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또한 검역원은 “식중독균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며 검사 절차나 방법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며 결과만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절차 공개를 거부했다.


소비자 혼란만 가중돼

양측의 주장이 맞서면서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에 대한 의문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지난해에도 일부 대기업들이 이와 유사한 문제로 물의를 빚을 때에도 여론과 소비자들의 몰매를 맞았지만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논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아기들이 먹는 분유의 리딩기업 제품에서 연일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유식을 먹이는 아기엄마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요서울]과 만난 아기엄마 A(31)씨는 “나는 못 입고, 못 먹어도 내 아이만큼은 모유와 같은 분유를 먹여 최고로 키우고 싶었다. 때문에 어려운 형편에서도 질 좋은 이유식만을 고집했는데 이 같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발방지는 물론 이번 사태의 진실공방이 가려져 책임 추궁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증시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뚜렷했다.

지난 17일 오전 9시 7분 현재 매일유업은 전일보다 1.42% 하락한 1만3900원에 거래중이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검역원이 지난 4일에 발표한 식중독균 검출 결과에 반박하는 것이며, 안전성 이슈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유아용품 특성 상품 질에 민감한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번) 검역원의 발표는 소비자, 특히 유아의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회사의 존망까지 좌우할 수 있는 커다란 사건”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매일유업은 검역원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송 자체보다 불검출이라는 검사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게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매일유업의 해명에도 불구 일부 의구심을 드러내는 소비자들도 있다.

매일유업이 검역원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소송 자체보다 불검출이라는 검사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게 시급하다는 설명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일유업은 이번 검역원의 발표로 인해 매출 80%의 손해를 봤다고 말한 바 있어 더욱 이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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