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사장 취임 1년,경영 논란 휩싸여


메리츠종합금융증권(사장 최희문, 이하 메리츠증권)이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노사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사측은 “본 구조조정에 앞서 희망퇴직을 권유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지점장이 불러서 갔더니 해고하라고 하더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대립으로 인해 내부분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급기야 노조는 지난 3월 14일 메리츠증권 본사 앞에서 공개 집회를 열고 회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파국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이날 집회 현장 속 이야기들을 취재해 봤다.

메리츠증권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어느 날 갑자기 인사부에서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A씨는 악몽 같았던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팀장이 날 포함해서 직원 3명을 은밀히 회사 밖의 장소로 불러냈다. 그리곤 회사가 인력구조 조정을 하니 아무도 모르게, 노조한테도 말하지 말고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그만두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결정할 시간으로 이틀 주더라. 정말 날벼락 맞은 심정이었다.”

성실하게 근무하던 직원에게 퇴직권고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비단 A씨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 10일 메리츠증권은 지점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권고에 나섰다. 그러나 사전에 어떠한 공고도 없이 불시에 발생한 이번 퇴직 권고에 노조는 반발했다.

김권조 메리츠증권 노조위원장은 “희망퇴직을 위해선 현행법상 최소 50일 전에 노조와 교섭을 마쳐야 한다”며 “그러나 사측은 지난 10일 장 종료 이후 각 부서 팀장을 통해 해고 대상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사직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만약 사측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구조 조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미리 밝혔으면 될 일을 이렇게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번 인사시스템을 둘러싸고 직원들 간 불만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 취임 이후 애사심 급격히 떨어져

지난해 4월 1일 최 사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뢰, 자본 효율화로 명성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 사장의 이런 포부는 그의 취임 이후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신뢰 부분에 있어 최 사장은 직원들에게 거의 낙제점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리츠증권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최 사장은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대대적인 임원진 물갈이를 실시한 전적이 있다”며 “그 당시 증권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던 파생상품본부장이 퇴직 대상 임원에 선정된 이후 직원 아무도 최 사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직원 역시 “최 사장의 취임 이후 회사 내부 분위기가 시끌시끌하다”며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업계에서 나름 애사심이 높다고 알려진 메리츠증권 직원들의 이 같은 발언 배경으론 최 사장의 취임 이후 내부승진을 통한 인원교체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 직원들 마음에 앙금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 사장이 취임 직후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면서 교체한 임원진 9명을 외부 영입 인사로 채웠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우리사주를 담보로 대출만 받지 않았어도 회사를 나갔을 것”이라며 최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기업 문화를 이해했던 사람들이 교체되고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다 보니 직원들이 불만이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종업계 역시 최 사장의 경영 능력을 두고 적지 않은 의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아무래도 외국에서 오래 일하다 온 최 사장이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무노조가 원칙인 삼성에서 일하다 온 만큼,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직원들이나 임원진들에게 강경하게 대하는 것 같다”는 말 역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 명예퇴직안 공지

이와 관련해 사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권업계가 과열양상을 나타냄에 따라 효율적 경영을 위해 이번 희망퇴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 신청자에 대해 18~26개월 치의 급여 지급과 계약직 투자상담사 전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희망퇴직 공고가 직원 전체에게 안내되지 않고 팀장들에게만 전달된 것이 이렇게 직원들 불만을 이끌어 낼지 몰랐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직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하나, 회사도 매우 어려운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니 직원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희망퇴직 공고를 시행할 시 우수 인력들이 돈만 받고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준비한 이번 조치가 이렇게 노사 갈등으로 번질지 몰랐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실제 지난 14일 열린 노조의 집회 이후 사측은 명예퇴직 공고를 공지하고,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직원들은 “뒤통수치고 이제 와서 수습하는 거냐”는 반응을 보여 메리츠증권의 이번 구조조정은 한동안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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