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원전 정책’에 휘청대는 원자력마이스터고
정부 ‘탈원전 정책’에 휘청대는 원자력마이스터고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9-02-10 17:32
  • 승인 2019.02.10 18:40
  • 호수 1293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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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18명 입사 전력 ‘옛말’ 졸업예정자 중 ‘3명’ 취업
최연혜,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롯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최연혜,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롯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원자력마이스터고는 “원자력 글로벌 에너지 리더”를 교육목표로 원자력 관련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방침과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부딪치자 재학생들의 취업률에도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입학 경쟁 1명대로↓…
학생들, 문 대통령에게 편지 호소

 

경북 울진의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는 지난 2011년 전신인 평해공업고등학교의 폐교 위기와 국내 최대 원전밀집지역이라는 특수성이 맞물리면서 마이스터고로 지정됐고, 이후 2013년 원자력마이스터고로 지정 개교했다. 특수목적고라는 뜻의 마이스터고는 기존의 실업계 고등학교를 발전시킨 형태로, 일과 학습을 병행해 해당 분야의 기술장인을 육성한다는 취지를 갖는다.

현재 원자력마이스터고는 원전산업기계과와 원전전기제어과 두 학과로 나뉘어 학년당 정원 80명, 총 240명가량의 재학생을 보유하고 있다. 문 정부가 내건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관련 분야 인재 양성에 주력하겠다는 학교의 설립취지의 정반대에 놓인 셈이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의 여파로 원자력마이스터고는 2명대였던 입학 경쟁률이 1명대로 저하되는 등 실질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탈원전 발표 후 지원자 대폭 감소해”
 

원자력마이스터고는 2016년 입학생 기준으로 2.65:1의 입학 경쟁률을 보였다. 이후 19대 대선이 치러진 2017년 2.16:1로 소폭 감소하다 지난해 1.03:1을 기록했다. 올해 입학 경쟁률은 이보다 약간 오른 1.6:1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원자력마이스터고에 의하면 올해 졸업을 앞둔 78명 가운데 76명이 취업해 97%의 취업률을 나타냈다. 이들은 한수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정우산기 등 공기업과 대기업, 중견기업에 골고루 입사하게 됐다. 하지만 원자력마스터고 재학생들은 이제 취업 등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형국이다.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중단 등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여전히 난관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의 ‘꿈의 직장’은 한국수력원자원(이하 한수원)이다. 이들은 대개 2학년 때 한수원 입사 시험을 치르고, 여기서 합격 통보를 받게 된다면 3학년 과정 동안 내신·영어·과제 평가를 마저 통과해 입사를 확정지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졸업 예정자 중 최대 18명까지 한수원에 입사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탈원전이 논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2월 졸업 예정자 중 한수원 입사 확정된 학생은 3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남은 절차가 있으나 한수원 입사 시험에서 합격을 고지 받은 2학년 재학생도 7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달 14일 문 대통령에게 탈원전 이후 불투명해진 자신들의 미래를 토로하고, 한국수자원공사의 일자리가 예년 수준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탁하는 내용의 손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학생은 편지에서 “우리 학교는 내가 입학할 때만 해도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아 경쟁력이 상당히 높은 학교였다. 그런데 (정부가) 탈원전이라는 발표를 하고 난 뒤 지원하는 학생들이 대폭 줄어 학교에 설자리가 힘들어졌다”며 “(신한울원전) 3·4호기가 건설돼야 우리의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우리 학교를 살려주고 청년들의 취업자리를 넓힐 수 있도록 원전 3·4호기 건설을 부탁드린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편지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쓴 111통에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작성한 것까지 더해져 모두 170통이 됐다. 하루에 5통씩 릴레이 방식으로 청와대에 전달될 방침이다.


黃 “탈원전, 망국정책… 반드시 폐기하겠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에서 18%로 낮추고 LNG(액화천연가스)는 20%에서 37%로, 신재생에너지는 5%에서 20%로 비중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각계 인사들은 무리한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전 KAIST에서 ‘세계 원자력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강연에서 장윤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석학 연구원은 “원자력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원자력에 대해 잘못 알려진 ‘가짜뉴스’ 때문에 안전을 우려하는데, (원자력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원은 “탈원전을 채택한 국가는 독일이 유일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폐쇄했던 일본은 새로 2기를 추가 건설하는 등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가고 있다”며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 중국, 인도, 우크라이나 등은 80기의 원전을 건설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 등 중동 국가는 원자력 도입에 적극 나서 향후 10년 동안 총 34개국이 100기의 원전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야말로 세계는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탈원전 정책은 이에 역행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의견을 피력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황 전 총리는 “국가 경쟁력 추락을 염려하는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이념으로 탈원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고 역동적이었던 대한민국이 낡고 무기력한 나라로 무너져가는 게 위기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올해 안에 소득주도성장, 탈원전을 비롯한 이 정권의 망국 정책을 반드시 폐기시키겠다”고 탈원전 정책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편, 지난달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탈원전 사업으로 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공공부문의 고졸 채용을 늘리는 것은 ‘돌려막기식’ 처방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원자력 관련한 국민 의견도 변화하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원자력발전과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방향에 대해 응답자 24%가 ‘확대’, 27%가 ‘축소’로 비등한 수치를 보였다. ‘현재 수준 유지’는 37%, 유보 의견은 12%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조사 당시 ‘확대’는 14%, ‘축소’는 32%로 큰 격차를 보인 반면, 이번 조사에는 ‘확대’ 의견이 10%로 크게 늘고 ‘축소’가 5% 감소하면서 엇비슷한 수치를 드러냈다. 원자력 관련 국민 여론 변화가 향후 탈원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