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양승태(71·사법연수원 2)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혐의로 오늘 재판에 넘겨진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할 계획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만기일은 12일이다. 검찰은 이날 기소를 목표로 설연휴 기간에도 양 전 대법원장을 불러 혐의 사실을 추궁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진술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종전과 같이 "실무진들이 한 일"이라거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달 중으로 가급적 대부분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구속만기가 임박한 양 전 대법원장과 일부 전직 대법관을 먼저 재판에 넘긴 뒤 그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사법부 구성원 중에서 기소 대상을 선별할 예정이다.

2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법관 이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마찬가지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구속 위기를 벗어난 바 있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한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설연휴 직전에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기록 검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전부 사임계를 냈고 현재 1차 공판기일조차 열리지 않은 상태다. 필요적 변호 사건이라 재판부는 현재 국선변호인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넘겨지면 사법농단 사건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신설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35·36부 중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형사합의36(부장판사 윤종섭)는 임 전 차장 사건을, 형사합의34(부장판사 송인권)는 정보화사업 입찰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모씨 등 전·현직 법원행정처 직원 5명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및 누설 옛 통합진보당 소송 등 헌재 견제 목적의 재판 개입 등이 핵심이다.

정치인 등 법원 외부 인사들의 재판 청탁 및 개입 혐의는 이날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 사건 법리 검토는 사법농단 사건 이후에 검토할 것"이라며 "언제일지 지금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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