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2018년 2월 추천 가볼 만한 곳 ⑦

한방스파의 편백나무탕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한방스파의 편백나무탕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겨울에는 온천이 최고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세상이 그럭저럭 살 만하게 느껴진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고양이가 안심하고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별달리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믿음이 든다고 했는데, 따뜻한 물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있노라면 세상에 나쁜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온천은 이처럼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 그러면 어떤 온천으로 떠나볼까. 좀 더 특별한 온천을 찾고 싶은 분들께 경남 산청을 추천한다. “산청에 온천이 있다고?” 하며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동의보감촌에 자리한 동의본가에서 약초 스파를 경험해보자.

동의보감촌은 허준의 의서 동의보감을 주제로 꾸민 한방 테마파크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산청에는 예부터 효능이 탁월한 약초가 많이 났는데, 우수한 약초를 알리고 산청을 한의학의 성지로 만들기 위해 동의보감촌을 조성했다. 한의학박물관과 한방자연휴양림 등을 갖춘 동의보감촌은 지난 2013년 문을 열었으며, 한방 의료와 힐링 체험 관광지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동의본가에서 체험하는 스파는 물을 뜨겁게 데우는 인공 온천이지만, 그 효능은 국내의 내로라하는 온천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비결은 약초 주머니다. 산청에서 나는 약초가 가득 담긴 주머니로 우린 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성초, 당귀, 천궁, 진피, 구절초, 산초, 정향, 치자 등 10가지 약초가 들어간다.

먼저 약초 주머니에 코를 대고 향을 맡아본다. 한약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 냄새 같기도 한 향이 콧속으로 스민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하다. 이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글 차례. 약초가 한껏 우러난 물은 짙은 노란색이다. 몸이 노란색으로 물들 것 같다. 동의본가 전혜원 사무국장이 약초 스파는 신경통과 류머티즘, 관절염, 근육통, 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성분들은 한번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아요. 피부가 매끈해지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토피 치료에도 좋다고 한다.

5분쯤 지났을까.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피가 빨리 돈다는 말이다. 콧등과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힐 즈음, 눈이 스르르 감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뭐랄까, 약간씩 어긋나 비뚤어진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다. 조금은 관대해지는 것도 같고, 낙관적으로 변하는 것도 같다. ‘우리네 세상사, 대부분 결론 따위는 없잖아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는 한순간을 꼽으라면, 오랜 시간 운전한 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뜨거운 물로 들어가는 때가 아닐까.

스파 체험으로 끝내기는 아쉽다. 건너편에 자리한 한의원으로 가서 진맥을 받고 쑥뜸도 떠보자. 쑥뜸은 30~40분 걸린다. 배에 쑥뜸기를 올리고 누우면 배가 따뜻해지면서 잠이 저절로 온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한결 상쾌하다. 동의본가에서는 약초 향기 주머니 만들기, 약첩 싸기 체험도 진행한다.

한결 가뿐해진 몸으로 동의보감촌 탐방에 나서보자. 먼저 갈 곳은 귀감석. 거북이를 닮은 커다란 돌이 있는데, 그 무게가 127t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가 센 지역 중 한 곳이라는데, 사람들이 기를 받고 소원을 빌기 위해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전 사장이 이곳에 다녀간 뒤 사장으로 추천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복석정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다. ‘복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 이 바위에 동전을 세우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한의학박물관은 입구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모은다.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 동상이 있는데 높이 4.7m, 너비 13.5m, 길이 20m에 달한다. 안에 들어서면 동의보감과 한의학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옛날 한의원 풍경을 재현해놓은 곳도 있다. 두뇌와 키가 성장하는 쑥쑥 한방법, S 라인과 V 라인을 만드는 날씬 한방법, 100세까지 무병하는 장수 한방법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한의학을 만나는 코너도 유익하다.

동의보감촌 귀감석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동의보감촌 귀감석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산청은 한국을 대표하는 학자 남명 조식이 학문을 닦고 제자를 기른 곳이다. 그가 머무른 산천재(山天齋)와 그의 사상을 돌아볼 수 있는 남명기념관, 후학이 그를 기리기 위해 세운 덕천서원이 남명의 정신처럼 또렷이 남았다. 남명 조식은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이자 영남학파의 거두다. 그의 사상은 실천을 강조하고 사회 현실과 정치적 모순을 적극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입장은 제자들에게도 이어진다. 곽재우, 정인홍, 이제신, 김효원, 문익성, 하항 등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이들이 바로 남명의 제자다.

남명은 말년에 산청 덕산으로 들어와 산천재를 짓고 매화나무 한 그루를 심어 마지막 거처로 삼았다. 산천재는 남명이 61세부터 임종하기까지 머물던 곳으로, 그가 마당에 심은 남명매는 여전히 해마다 꽃을 피운다. 산천재 맞은편에 자리한 남명기념관은 지난 2001년 남명 탄생 500주년을 기념해 건립이 추진됐으며, 2004년에 완공됐다. 남명과 관련한 각종 유품과 자료를 볼 수 있다.

산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남사예담촌이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마을로, 박씨와 이씨, 정씨, 최씨, 하씨, 강씨 등이 집성촌을 이룬다. 이곳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아름다운 돌담 때문이다.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돌담과 토담은 전체 5.7km에 이르는데, 이중 3.2km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예담촌이라는 이름도 옛 담 마을이라는 뜻이다.

산청의 별미는 어탕국수다. 모래무지, 피라미, 꺽지, 붕어, 미꾸라지 등을 잡아서 뼈를 발라낸 뒤 풋고추와 호박, 미나리 같은 채소를 넣고 푹 끓인 어탕에 국수를 만 음식이다. 한 그릇 먹으면 땀이 쏙 빠지면서 건강해진 느낌이 든다. 마블링이 촘촘한 산청 한우와 쇠고기국밥도 맛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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