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적용 혐의 '47개'...'사법농단' 수사 일단락
양승태 적용 혐의 '47개'...'사법농단' 수사 일단락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9-02-11 15:17
  • 승인 2019.02.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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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11일 구속기소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중대 범죄혐의로 검찰 조사에 임한데 이어 피고인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 같은 불명예를 짊어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11일 진행된 첫 검찰 조사 이후 한 달만이다.

이와 함께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미 재판 과정 중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라는 명칭의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 외에도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의 혐의를 갖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등 각종 사법농단 관련 의혹에 개입·지시한 혐의 등을 지닌다. 그는 지난 2011년 9월 취임해 임기를 만료하고 2017년 9월 대법원장직을 내려놨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범죄사실을 중심으로 약 47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으로 범주를 분류해 공소장을 썼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이 주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 등을 상대로 상고법원 도입 및 해외 법관 파견 등 조직의 이익을 획득코자 재판 개입을 계획 및 실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강제징용 소송의 재상고심 재판 지연 방안 및 전원합의체 회부 등 시나리오 검토 문건 작성을 명령하거나 주심 대법관에게 원고 청구 기각 의견을 전달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그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국정원장 대선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 2015~2017년 헌재에 파견된 법관을 이용해 헌재 평의 등 진행경과와 소장·재판관들 동향 등 중요한 정보 325건을 모아 보고·전달하도록 지시하고, 일선 법원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 결정을 취소 및 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사법행정이나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 성향을 지닌 판사들의 의견 표명을 억누르고, 이에 문책성 인사조치를 단행했다는 혐의도 지닌다. 2013~2017년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만들어 인사조치를 검토하거나 2012~2017년 법원 내부 게시판에 비판글을 게재한 이들을 중심으로 최선호 희망지에서 배제하는 등 문책성 인사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 및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들의 그릇된 행동을 은폐 및 축소하고, 수사기밀을 보고하도록 지시하며 영장재판에 개입을 시도했다는 혐의 등도 갖는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 등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첫 검찰 조사부터 구속된 이후까지 '실무진들이 한 일' 또는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죄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진술을 하며 전면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향후 재판에서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고 전했다.

검찰 역시 최고 결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가장 무거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며 공소 유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영장이 재청구됐지만 법원은 또 다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박 전 대법관은 고교 후배로부터 형사사건 청탁을 받고 진행상황 등 형사사법정보를 허락 없이 열람한 혐의 등도 갖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윗선’으로 여겨지는 이들을 기소하면서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여간 진행해온 수사에 한 문턱을 넘어섰다.

아울러 이달 내로 사법행정권 남용과 연관 있는 전·현직 판사들을 가담 정도 등에 따라 재판에 회부하고,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알릴 예정이다. 재판 개입 및 청탁 의혹에 관련된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과거 정부 인사들과 전·현직 국회의원의 기소 여부도 법리검토 등을 통해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