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뉴시스]
민갑룡 경찰청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논의하던 2011년 당시 '정보 경찰'을 통해 여야 국회의원 동향을 살피고 이를 '정치인 로비'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11일 한 언론을 통해 대두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관련 정보를 누설한 것 아니냐며 보도 경위에 의문을 드러냈다.

이날 한겨레신문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목적으로 치안과 관계없는 정치인 관련 정보를 수집해 문건으로 만들었고, 이를 '입법 로비' 일환으로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 청장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과 가진 정례간담회 자리에서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서 "수사나 재판 대상이 아닌 부분이 공개되는 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내용이) 수사 대상이라면 수사 결과라든지 법적 절차가 있는데, 이에 따라 (공개 여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해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치인 관리 카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카드에는 수사권 조정을 맡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행정안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별 기본 사항 및 주요 경력,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입장, 정보활동 방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문건 내용 중 일부가 불법 사찰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에 대한 수사를 펼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의원 문건' 수사 등에 대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목전에 두고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정보기구가 수사권까지 갖는 것은 과거 '나치의 게슈타포'와 유사하다. 올바른 수사권 조정과 공룡 경찰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보경찰 분리가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료를 국회 사개특위에 제출해 경찰의 반발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민 청장은 "검찰에서 작성한 자료들은 사실과 어긋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안 활동을 위해 정보 활동을 하지 않는 경찰이 어디에 있느냐"며 "그것(정보활동)을 남용하지 않고 치안 목적에 맞게 얼마나 잘 제어하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이 주장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주요 국가에 나가 있는 주재관,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뒤 있는 그대로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이어 "합리적인 의견 제시는 언제라도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사실이 왜곡된다거나 침소봉대하는, 또 상대를 향한 존중 없이 거칠게 표현되는 부분은 정부기관으로서 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검·경이) 공방을 할 수는 있지만 국민이 염려하는 상호 마찰 같은 건 아니다"라며 "염려하는 그 일이 생기지 않게 품격있게 의견 제시를 하겠다"며 검·경 견제론에 대해 거리를 뒀다.

여야는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사개특위 설치안을 가결시켰다. 사개특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문제, 법원행정처 폐지 등에 관한 논의를 개진 중이다.

이중 수사권 조정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토대로 한 문재인 정부 수사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여겨지는 중요 사안이다. 사개특위는 오는 6월 30일까지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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