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결국 재판에 회부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중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헌정·사법부 역사상 최초다. 이 사건의 재판을 어떤 재판부가 담당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을 접수하고 배당 절차에 착수했다. 법원에서는 전직 사법부 수장을 피고인석에 앉혀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어느 재판부가 심리할지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법원은 원칙적으로 연고 관계와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감안해 무작위 전산으로 사건을 배당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법원 인사 이동과 사무분담을 앞둔 재판부는 형사합의부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사건이 배당되고 난 후 인사 이동으로 재판부 구성원이 바뀔 경우 ‘맞춤형 재판부가 아니냐’는 쓴 소리에 직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35·36부 중 한 곳이 배당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사건도 동일하다. 법원은 사법농단 사건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재판부 3곳을 늘린 바 있다. 새로 꾸려진 재판부이기 때문에 기존 재판부보다 사건 부담이 적고,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과 직접적인 연고 관계도 갖지 않는다.

이 가운데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이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정보화사업 입찰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모씨 등 전·현직 법원행정처 직원 5명 사건에 대한 심리를 담당 중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1차 공판준비기일은 3월께 구체적인 형상이 잡힐 것이라는 해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방대한 만큼 관련 기록 열람등사 및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앞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사건도 기소 후 26일이 지나서야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과 겹치는 공소사실이 많아 두 사건이 병합될 여지도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범죄혐의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고 전 대법관으로 분리됐다가 양 전 대법원장으로 다시 합쳐지는 모양새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두 사건이 병합될 경우 한 재판부가 과도한 업무량을 짊어지게 돼 병합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한 사람의 혐의만 수만 쪽인데 두 사건을 같이 담당하면 업무량이 부담되기 때문에 (병합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또 다시 추가기소된 임 전 차장 사건은 기록 검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변호인들이 전원 사임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필요적 변론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 선임 절차를 진행했지만, 임 전 차장이 판사 후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며 조만간 첫 공판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사법농단 범행에 개입·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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