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과 현정은, 빛과 그림자
2차 북미정상회담과 현정은, 빛과 그림자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9-02-11 17:01
  • 승인 2019.02.1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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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개발 20주년 행사 연 현대아산...이번엔 잘 풀릴까
배국환(오른쪽) 현대아산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지난 8일 강원 고성군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출경 게이트로 향하고 있다. 배 사장 등 현대아산 임직원 22명은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금강산 현지에서 개최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출경했다. (사진-뉴시스)
배국환(오른쪽) 현대아산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지난 8일 강원 고성군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출경 게이트로 향하고 있다. 배 사장 등 현대아산 임직원 22명은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금강산 현지에서 개최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출경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공식화되면서 현대그룹의 방북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현대그룹 인사들은 현대아산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방북했다. 이번 행사는 금강산 현지에서 진행됐다. 통일부는 현대아산의 행사와 금강산 관광 재개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은 남북 경협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현대그룹의 해묵은 사업이다. 시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포문을 열고 남편 고(故) 정몽헌 회장이 기반을 닦은 대북사업을 이어받은 만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느끼는 책임감은 클 수밖에 없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현대그룹이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주영 명예회장 포문 열고, 정몽헌 회장 기반 닦고
현정은 회장 “담담한 마음으로 남북경협 나설 것”

현재까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정치·외교적 문제를 겪으며 제대로 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 관련 사업권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의 사업 의지는 강력하다.

현대아산은 창사 20주년을 맞아 북한 금강산에서 지난 8일부터 이틀간 기념행사를 열었다.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 등 임직원 22명은 육로를 이용해 북한으로 이동, 1박2일간 금강산에서 기념식과 기념 만찬을 가졌다.

현대아산은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달 25일 개성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통해 방북 신청을 해 남북 양측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은 기념행사 뒤 귀환 인사를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달려있다. 북측이나 우리 모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배 사장은 “북한도 여전히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북미회담 결과를 본 이후에 필요하면 북측과 추가 접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는?

정·재계에 따르면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경우 현대아산의 대북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8~9일 금강산을 방문해 창립 20주년 기념식 등의 일정을 소화한 현대아산은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더불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실질적 경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현대아산은 1998년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이듬해 2월 5일 현대그룹의 남북경협사업 전문 계열사로 창립된 회사다.

아직 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감은 조심스럽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아산의 행사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 없다"라고 못 박았다. 이 당국자는 "현대아산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개최를 위한 기업 관계자들의 방북을 승인했다"라며 "현대 측에서 제기하고 북이 동의해서 행사가 개최됐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숙원사업 이룰까

하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는 굳건하다. 현대그룹 대북사업은 20년 전인 1998년 6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500마리의 소 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갔다. 역사적인 ‘소 떼 방북’ 이후 현대그룹은 같은 해 11월 금강산관광 사업을 시작했고, 2003년 개성공단 개발로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직후인 2000년 8월에는 현대아산이 북한으로부터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최소 30년간 운영할 권리를 얻었다.

그러나 높았던 기대감만큼 아쉬움도 짙었다. SOC 사업은 사업권을 얻어낸 지 18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중단된 상황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인 2016년 2월에는 남북관계 경색 속에 개성공단 가동마저 전면 중단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금강산 현지에서 관광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등 북측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마련했던 ‘기업인과 대화’ 행사를 마친 뒤 현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잘 될 것”이라며 “속도를 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이 이번 현대아산 2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대아산 측 행사였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일 뿐,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기대감을 갖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총 3차례에 걸쳐 방북했다.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식 행사,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금강산관광 20주기 행사를 소화하기 위해서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현 회장은 “이제 희망이 우리 앞에 있음을 느낀다. 이 남북경협의 개척자이자 선도자로서 현대그룹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남북경제 협력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