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중견 건설사 없다

지난 3월 21일 LIG건설(시공능력 47위)이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상당한 충격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LIG건설의 경우 과거 건영건설 때부터 이어 오던 주택사업 의존도를 줄이면서 토목사업과 해외수주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해 오던 터였다. 최근 SC한보건설을 인수하면서 사업다각화를 꾀했지만 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금융업계의 위축이 결국에는 경영난으로 연결되면서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에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타 중견 건설사들의 미래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최근 3~4년간 지속되면서 미분양, 미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신규 사업의 중단으로 자금이 묶이면서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화 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수주, 토목, 플랜트, 건축, 주택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춰온 것과 달리 중견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에 비중을 높이다 발목을 잡힌 것이 원인이었다.

또한 지난해부터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중견 건설사 부실화에 한몫했다. 지난해 공공부문의 총 발주액은 38조2368억 원으로 전년대비 34.6% 감소했다. 올해는 공공발주가 작년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4대강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 발주가 이제는 거의 종료되어 공공부문의 수주가 많이 감소됐다”며 “주택실적에서의 부진을 공공부문으로부터 만회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건설업계 전반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위기 소식이 잇따랐다. 지난해 말부터 우려된 중견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 시급

이미 지난해 말 동일토건(49위)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해서 워크아웃을 신청한데 이어 효성그룹 계열사인 진흥기업(43위)은 연초 몇 차례 맞은 부도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또한 최근 대전 지역 3위 건설사인 운암건설은 부도 처리됐다. 지난달 8일에는 워크아웃이 진행되던 월드건설(73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수원 지역 대림건설(194위)은 최근에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은행이 경영관리를 하는 다른 워크아웃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사업부지나 사옥 등의 재산을 팔고 인원을 줄이는 등 온갖 자구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은행관리에 묶여 있다 보니 신규 사업 수주에 애로가 많다고 토로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저축은행사태 이후 정부가 PF 대출규제를 강화하여 부동산 PF 대출이 우량 건설사 위주로 차별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주택 및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이미 한계에 다다른 건설사들을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사의 연쇄부도로 인해 주택시장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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