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깡통전세' 공포 확산⓶] 빚내 집 산 갭투자자·2주택자 '좌불안석'
['역전세·깡통전세' 공포 확산⓶] 빚내 집 산 갭투자자·2주택자 '좌불안석'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9-02-12 10:04
  • 승인 2019.02.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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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부동산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떨어지는 전세금에 세입자도, 집주인도 좌불안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이 12주째(2월 첫째 주 현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은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전세(집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는 현상)’가 늘고 있다.

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기 때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과도하게 끌어들여 집을 산 갭투자자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2년 전‘전셋값 상투’ 잡았던 세입자들 만기, 역전세 대란 우려
 현장에서도 걱정스러운 목소리 많아…전문가들 “모니터링 필요”

지난해 지방부동산 시장을 강타한 깡통전세 우려가 최근 서울·수도권까지 확산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첫 주 서울 아파트 값은 0.05%떨어져 12주 연속하락했다. 서울 재건축 시장도 0.18%하락해 14주 연속 내림세다. 신도시와 경기 인천은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각각 0.03%, 0.01%하락했다. 아파트 전셋값도 설 명절을 앞두고 하락세가 둔화됐다. 서울이 0.11%떨어졌고 신도시와 경기 인천도 각각 0.07%, 0.08% 하락했다.

집주인들도 ‘자금 압박’

지난 1월 한 달 간 서울 아파트 값은 0.24% 하락해 2003년 1월(-0.46%) 이후 역대 1월 변동률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매매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었다.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7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이상 줄었고 2013년 1월 1196건이 거래된 이후 1월 거래량으로는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도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L아파트(전용 85.8㎡)는 2년 전 1월 말 전세 실거래가가 8억5000만원이었으나 올해 1월말은 7억8000만∼8억3000만원으로 최대 7000만원 하락했고, 이달 초에는 1억5000만원 낮은 7억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2년 전세계약이 만기되고 지금 재계약을 한다면 수천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셋값 하락은 집주인에게는 자금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가령 전셋값이 4억 원에서 3억원으로 떨어지면 집주인은 1억원의 자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 만약 전세금이 떨어져 이전 전세금과의 차액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전세 매물이 나가지 않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깡통전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불붙으면서 갭투자로 집을 산 사람들이다. 특히 2016~2017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일시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지자 소액의 자기자금만 가진 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에 기대어 집을 샀던 사람들이 많다.

일부 갭투자자들은 퇴직금 중간대출,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카드대출 등 ‘영끌투자(영혼까지 끌어들이는 투자라는 뜻)’로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자금 여유가 없는 이 같은 갭투자자들은 요즘처럼 매매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셋값이 소폭이라도 떨어지면 세입자에게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9·13대책으로 2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꽉 막혔기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추가적으로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리기 어렵다.

한때 ‘갭투자의 성지’로 불렸던 성북구 길음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ㄴ씨는 “3~4년 전에는 주택담보대출도 막 나오고 했기 때문에 5000만원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며 “그런 분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권의 경우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제때 보증금을 주지 못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낮추고 차액을 월세로 돌리는 ‘역월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소액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갭투자에 나선 사람은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심각하기에?

2주택자의 경우는 은행권 대출이 꽉 막혀 있어 역전세가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보증보험 가입자와 보증금액은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금융정책 방향 중 하나로 전세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를 건의하기도 했다. 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낀 상태에서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라면 특히 전세보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깡통전세의 등장은 주택시장이 바닥권까지 추락했다는 신호를 의미한다”면서 “일시적 급락에 따른 ‘하우스푸어’ 등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이 역전세 대출을 해주거나 경매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깡통전세로 인한 세입자들의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금 보험 가입 조건을 완화하는 조치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