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겨라~ 비자금 들킬라”


오리온그룹(회장 담철곤)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22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편법 지분 취득’, ‘그림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담 회장이 오리온 그룹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정황을 상당부분 포착, 이미 담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오리온그룹의 기업 이미지 불신은 물론 담 회장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 부분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오리온그룹 제품에 대한 불신론이 조심스레 고개 들고 있다. 압수수색에 따른 오리온그룹의 향방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제과업계 선두그룹을 달리던 오리온그룹이 요즘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9곳을 압수수색했다.

오리온그룹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회사 내부가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담 회장은 평상시처럼 출근해 담담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그룹의 비리 의혹

오리온그룹은 동양가에 속하는 기업으로 재계의 대표적인 ‘사위 경영’기업이다.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이 담 회장과 결혼하면서 그룹 경영을 담 회장이 도맡아 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담 회장은 경영 자질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2000년 6월 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BW)를 구입한 후 온미디어 지분을 취득하고 다시 이를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담 회장은 BW를 일부러 낮게 책정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거둔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헐값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최고급 빌라인 ‘청담동 마크힐스’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회사 소유 부지를 시세(3.3㎡당 4000만 원~5000만 원)보다 훨씬 낮은 3.3㎡당 3000만 원에 매입하고 시공을 다시 계열사가 맡는 방식으로 4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 또한 오리온그룹 계열사가 시공을 맡았던 이른바 ‘프로젝트파이낸싱’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의혹이 있다고 지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비자금이 돈세탁을 위해 서미 갤러리와 그림 거래를 하는 형태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집중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부지 매각과 빌라 건축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부동산 거래가 미술품 거래로 이어지는 과정에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며 “거래 경위를 중점적으로 추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 24일 ‘마크힐스’사업의 시행사였던 (주)미소인의 P 전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P씨가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P씨는 중견 가수 C씨의 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간에선 “P씨보단 C씨가 사업에 더 많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C씨가 아마 비자금 조성에 더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더욱 거세질 상황에서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모르겠다”며 침묵했다. 그러나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서미 갤러리는 비자금 창구인가

최근 서미 갤러리가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8년 서미 갤러리(대표 홍송원)는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때 삼성가의 미술품 구매 창구로 지목돼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오리온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서미 갤러리가 포함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서미 갤러리의 구매 전표 등을 확보하고 오리온그룹이 미술품을 통해 비자금을 돈세탁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서미 갤러리와 연관된 의혹은 또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역시 올 3월 초 한상률 전 국세청장(당시 차장)이 2007년 그림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현재 특수2부는 서미 갤러리를 압수수색 했으며 현재도 조사 중에 있다.

이처럼 그림과 같은 미술품이 비자금 조성이나 로비에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화랑 관계자는 “그림에는 정해진 가격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얼마에 그림을 샀는지 본인과 관계자 외에는 알 수 없다”며 “내가 얼마에 샀다고 주장하면 그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재계 비리에 화랑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 비자금 창구로 화랑이 언급되는 게 불쾌하다”며 “소수의 몇몇 양심 없는 화랑 때문에 화랑 업계 전체가 같은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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