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방미 중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연합훈련을 축소시키는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라는 이유로 섣불리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최로 열린 '워싱턴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혼용돼 쓰이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한다"며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으로 한미동맹이 흔들릴까 하는 게 가장 큰 우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미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이후 사실상 한미군사훈련이 축소됐다"며 "제2차 미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큰 그림이 있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2차 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베트남 하노이로 정해졌다고 하니 기뻐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파리협정만 생각난다"며 "파리협정 이후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가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북한의 비핵화로 가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더욱 확산되고 북한이 정상국가화 되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도 "남북관계, 미북관계, 북미협상 등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는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해체 등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한미동맹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문 의장과 여야 지도부로 꾸려진 방미단에 동행한 나 원내대표는 방미단 공식 일정 외에 자당 의원들과 개별 일정을 진행했다. 나 원내대표와 강석호·김재경·백승주 의원은 콜린 파월 전 미 국무부 장관, 월레스 그렉슨 전 미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 등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과 한미동맹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나 원내대표는 파월 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종전선언 등이 논의되는 분위기에 국민들이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파월 전 장관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유엔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얻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북한은 과거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금방 핵개발 프로그램을 복구하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했지만 소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정권이 위험에 빠질 수 있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한국을 더욱 강화시키는 등 새로운 접근을 통해 북한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그렉슨 전 차관보와 북한 비핵화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 및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완전한 비핵화와 비무장 지대에서 실질적 변화 없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전(propaganda)에 불과하다"며 "만약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일본의 핵무장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북한이 협상에서 미국보다 우월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북한에게 양보만 하고 북한이 신뢰할만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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