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1일(현지시간) "미국은 남북관계의 급속한 발전에 대해 반대하지 않지만, (대북제재는) 국제제재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날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자리에 배석해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과정과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한국과 미국이 항상 같은 소리를 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문 의장은 "미 조야에 남북 교류와 북미관계를 병렬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전혀 걱정할 게 아니다"며 "북미 대화 과정 속에서 남북관계를 추동할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것은 한미동맹에 전제해야 하고 서로 간 오차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내 모든 정당은 한미 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주한미군 규모와 철수 등의 문제가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고 오로지 동맹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리번 부장관도 "한반도가 격변의 시기에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한미동맹은 흔들림 없다"며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은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부장관은 "비건 대표가 북한과 협상을 하는 중에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이루기 전까지는 대북 경제제재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비건 대표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12개 이상의 의제가 논의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 처음부터 내세운 원칙은 이번에 만나서 협상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양국의 입장을 합의하는 것이었다"며 "(정상회담의) 12개 이상의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선언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북미 간) 사안에 대한 의제는 합의했다"면서도 "이번이 실질적인 첫 실무회담이었다. 의제에는 동의했지만 협상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첫 실무회담에서는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실무협상)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간 추가 실무협상은 다음주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 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본격적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아 난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일정 (부분) 합의를 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회담이 다자 간이 아닌 북미 간 단독 회담임을 분명히 전했다. 그는 "이번 회담은 단독으로 북미만 진행한다"면서 "언젠가는 3자가 함께 할 수 있는 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미회담 만큼은 단독으로 진행해 비핵화 협상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향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인 다자협상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평화조약, 한반도 경제번영의 기반을 확보하는 건 먼 길이지만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이견이 있었을 때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라며 "특히 북한이 이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실무그룹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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