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시스템(ATS), 이른바 '제2거래소'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국거래소가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ATS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동안 호가체제를 독점해왔던 거래소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근시안적 시각"이라고 일침을 놓으면서 ATS 도입을 위한 세부적인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자본 시장의 인프라의 경쟁과 효율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의는 지난달 '자본시장 제도 개선 민관합동위원회'가 2차 회의를 통해 ATS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위원들은 복수의 정규거래소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보다 금융투자상품 유통시장의 기능간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ATS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TS는 상장 주식 등에 대해 거래소와 동일한 매매체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체 거래시장이다. 예컨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시장과 같이 한국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별도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은 ATS가 가장 먼저 발달한 지역으로 84개사가 운영 중이며, ATS 비율은 32%에 달한다. 유럽연합의 경우 20개의 ATS가 운영 중이며, 전체 거래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은 규제 완화로 설립이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 영향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장내 거래의 0.83%를 차지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 되면 집단 이기주의가 된다"며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춰 ATS가 도입돼야 하고, 거래소도 정체성을 바뀌서 경쟁 체제로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천삼 거래소 매매거래팀장은 해외 사례를 들어 "ATS는 매매체결 기능만 담당하기 때문에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속도를 정규 거래소가 대응하기에는 버거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반발할 수는 없지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ATS는 기관이 많이 활용하지만 가격이 결정될 때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더 나은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다"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겠지만 거래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의 경우 거래소 자체적으로 ATS 자회사를 두고 특정 고객에 초점을 맞춘 시설 투자를 해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내에서는 2001년12월 증권사들이 공동 출자해 ATS의 형태인 한국ECN증권을 만들었다. 그러나 장이 종료된 후인 오후 4시30분부터 9시까지 시간외거래로 운영되는데다 각종 규제로 인해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2005년 문을 닫았다.

현재 금융당국은 거래 정보를 공개하는 ECM 외에 공개하지 않는 익명거래시장도 열 계획이어서 향후 개정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TS 유형은 주문 수량과 가격 등 거래전 정보를 공개한 공개주문시장(ECN)과 공개하지 않는 익명거래시장(Dark Pool)로 나뉜다. 지난해 전세계18개 ATS 중 2/3가 공개주문시장이고, 나머지 1/3이 익명거래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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