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예정된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있다는 것을 북미정상회담이 27일, 28일로 잡히면서 겹친다는 소식을 듣고 알았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 자신들만의 잔치가 될 것을 다들 알게 되었으니 기뻐할 만도 하지만 자유한국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관심이 온통 북미정상회담에 쏠릴 것은 불문가지,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여론의 외면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북미정상회담 날짜 음모론’마저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연기론도 나왔지만, 각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다 달라서 연기가 가능해 보이지도 않았고 연기해서 될 일도 아니었다.

사실, 2월경 북미정상회담을 베트남에서 할 것 같다는 소식은 지난 연말 이전부터 나왔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국정농단, 탄핵 사태 이후 위기를 딛고 일어날 신임 지도부를 선출할 중요한 이벤트라 할 수 있다. 날짜를 정하면서 이런저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정도로 무능할 리는 없고, 단순히 운이 없다고 보기에는 타격이 크긴 하다.

자유한국당은 한때 한국사회를 쥐락펴락했던 보수세력을 계승하고 있다. 전당대회 날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 눈에는 전당대회 날짜를 두고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현 보수야당의 실력이고 쇠락하고 있는 보수야당의 현실로 비춰진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얻을 컨벤션 효과는 이미 어느 정도 얻었다고 봐야 한다. 현재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전당대회를 연기하는 것은 소탐대실일 뿐이다. 보수세력이 당연히 갖춰야 할 미덕이 안정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다.

컨벤션 효과로 지지도 얼마 오르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컨벤션 효과는 결국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이 고점에서 조정기를 거쳐 안정화되려면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지지도 몇 프로 상승이 아니라, 누구를 내세워야 하나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보수세력의 얼굴로 누구를 내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바탕 논란을 거쳐 2월 27일에 열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쓰임새를 다해서 당에서 내쳐졌던 인물들이고, 유력하다는 황교안 후보는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세력을 등에 업고 등장한 인물이다.

자유한국당이 계승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보수세력은 격변의 시기마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세력을 내세워 권력을 승계해 왔다. 오랜 집권에서 비롯된 화수분 같은 인재풀은 한국 보수세력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현재 한국의 보수세력은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이 충원되지 않는, 인재풀이 말라 버린 위기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다. 발효된 술을 헌 부대에 담으면 발효가 다시 일어나서 술맛을 버리기 때문에 새 부대가 필요한 것이다.

하물며 새 술도 아닌 헌 술이라면 헌 부대도, 새 부대도 필요 없게 되어 버린다.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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