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원외 후보들이 뭉쳤다. 당 창립 1주년과 함께 지난 10일 서울 모 호텔에서 원외후보 연찬회를 갖고 향후 ‘필드’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당에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또 ‘열린정책포럼’을 결성, 원외후보들의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 때문에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1박 2일로 열린 원외후보 연찬회는 이해찬 국무총리,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김혁규 의원 등 여권의 차기 주자들이 대거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의 ‘잠룡’들이 대거 원외후보들을 만나러 간 것을 두고 당권과 대권을 위한 발걸음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들을 초청했던 원외후보들은 정치적 의도를 경계한다. 모임에 참석했던 수도권 지역의 원외후보는 “나라와 당이 힘든 상황”이라며 “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원외후보들이 단합하고 당을 위하자는 마음에서 모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심을 끄는 대목은 원외후보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결성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열린정책포럼’을 결성, 오는 12월 중순경 창립총회를 갖고 정식 활동에 들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모임 결성의 산파역을 했던 변지량 준비위원은 “4·15 총선이후 몇 차례 원외후보들의 모임 결성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에서야 힘을 모으게 됐다”며 “본래 열린중앙포럼을 제안했지만 연찬회자리에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 열린정책포럼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내 정치역학구도상 무색무취한 강원도와 수도권 지역의 원외후보들이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며 “열린정책포럼은 연구단체겸 친목단체이자 국정참여 즉, 원외후보들이 지역의 여론을 당에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60여명이 참석한 연찬회에서 원외후보들은 모임 준비를 위해 수도권,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 기타지역권 등 4개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대표자와 간사진을 선출했다.

대표자는 수도권 이강일, 대구·경북 이영탁, 부산·경남 한영성, 기타지역 김명수 원외후보가 대표를 맡았다. 변 준비위원은 “4명의 대표자들이 모두 준비위원장이 될 것이며 간사들은 향후 운영위원 역할을 맡게 된다”며 “모임이 결성되면 20여명의 운영위원을 둘 계획이며 사무실은 중앙당에서 당사에 마련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참여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이강철 전특보는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원외후보는 “이강철 전특보와 이 철 전의원은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분들이 모임을 주도하게 되면 줄서기 측면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모임이 결성된 이후 고문형식으로 추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원외후보들의 모임체인 열린정책포럼은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역할이 축소된 원외후보들의 활동영역을 폭넓게 만들어줬다.

특히 내년 3월 전당대회와 향후 대선후보경선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변 준비위원은 “이해찬 총리, 김근태 장관, 김혁규 의원 등이 참석해 정치적인 의미를 두는 해석이 있지만 이와는 무관하다”며 “현장정치를 활성화시켜 원외 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 준비위원은 향후 원외후보군의 영향력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전당대회에 있어서는 필드의 현장 감각을 살릴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일치해서 한 후보를 밀게 될 가능성은 힘들지만 원외후보들도 지역의 대주주인 만큼 일정정도 목소리는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당초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불참했다. 한 참석자는 “이해찬 총리, 김근태 장관 등이 참석하면서 대권후보군이 원외후보를 향해 ‘구애’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자 정 장관이 부담을 느끼고 참석을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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