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5년 국내 아파트 불법개조 ‘6863건’

지난 6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8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져 형체가 사라진 사고 현장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8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져 형체가 사라진 사고 현장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터키에서 8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져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아파트 불법 개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불법 개조 사례는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가 위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루프탑도 불법 개조 시설물 중 하나다. 그러나 불법건축물을 인지해도 단속주체인 지자체가 문제가 되는 현장을 일일이 방문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벌금 집행 과정에서 주민과 법적분쟁까지 허다해 단속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원상복구 명령 내려도 3분의 1은 이행 안 해

지자체 단속 인력부족···주민과 법적분쟁까지

터키 이스탄불 동부 카르칼 지역에서 지난 6(현지시간) 8층짜리 아파트가 붕괴해 건물안에 있던 사람들이 매몰됐다.

당국이 붕괴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 붕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건물 상단부 3개 층이 불법으로 증축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사고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사고로 21명이 숨지고 14명이 구조됐다. 구조당국은 이들 35명을 발견한 후 구조작업을 종료했다.

쉴레이만 소일루 터키 내무장관은 붕괴 당시 35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당국이 붕괴사고 현장 주변에 있는 불법 증축 건물을 허물기로 결정했다.

지난 10(현지시간) 무너진 주거건물 옆에 있는 10층 건물 파괴·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CNN튀르크 방송 등 터키 매체가 보도했다.

무라트 쿠룸 터키 환경도시부장관은 무너진 아파트 주변 건물 10동에 대해 긴급 안전진단을 벌여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8동을 파괴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구 유입으로 급속한 도시 팽창을 겪은 이스탄불에는 불법 건·증축 건물이 무수히 많다. 선거 공약 등으로 이들을 합법화하는 조처가 반복된 바 있다.

우후죽순 루프탑

불법 개조 시설물

아파트 불법 증축은 남의 일이 아니다. 불법 증축 사례는 국내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8월말까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이 적발한 아파트 불법개조는 6863건이다. 조사 당시 2100여 건에 이르는 불법개조는 적발되고도 원상복구하지 않았다.

지자체는 불법개조를 적발하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다. 만일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이행강제금 부과에도 말을 듣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주민을 상대로 물리력을 동원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고민이다.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실제로 공공연하게 불법 증축이 이뤄지고 있는데 누군가가 신고도 하지 않고 제재하는 사람도 없다법적인 미비점이 있다기보다는 법을 지키도록 엄하게 단속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상가 위에 우후죽순으로 생긴 루프탑도 엄밀히 따지면 불법 개조 시설물이다. 기존 옥상에 지붕이나 골조를 설치하거나 증축하는 행위는 건축법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건축 대부분이 준공 단계부터 용적률에 맞춰 건축돼 현행법상 공간을 늘리는 행위는 불법인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A(27)씨는 “(근무하는) 카페 3층은 지붕도 없는 옥상이었으나 2~3년 전 지붕과 유리문을 설치하고 손님 테이블까지 설치해 놨다. 당연히 사장이 허가를 받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후 소방서에서 안전점검을 한다며 전문가가 나와 카페 건물 전체를 살펴봤다. 당시 근무자였기에 전문가를 따라다니며 얘기를 들었는데 3층이 초기 설계도에도 없는 불법 개조 시설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장은 태연했다. 전문가의 지적에도 옥상은 변함이 없다. 손님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모니터링 강화해야

불법건축물을 인지해도 단속 주체인 지자체가 문제가 되는 현장을 일일이 방문하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불법개조 벌금 집행 과정에서 주민과 법적분쟁이 일어나는 일도 허다해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아파트를 불법으로 개조한 경우는 적발이 더욱 어렵다. ‘법에 어긋나게 아파트 단지 내 시설물 등을 신·증축한 경우’, ‘다른 입주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법에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고 비내력벽을 철거하거나 발코니 등을 확장한 경우등은 대표적인 불법개조 사례인데도 외부 단속이 어려워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이미 건물이 무너지고 나서는 단속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전에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사전에 안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고도화돼 있지 않아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이행강제금이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면 불법개조가 적발되더라도 시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벌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하게 규제를 하고 적발이후에도 불법 개조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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