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갈께" 인사한 아빠 알고보니 고용노동센터에

실업자 수는 1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며 실업률도 2010년 이후 가장 높게 기록된 지난 13일 대전 서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취업 교육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실업자 수는 1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며 실업률도 2010년 이후 가장 높게 기록된 지난 13일 대전 서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취업 교육을 받고 있다. [뉴시스]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실업자가 122만 명을 넘어 19년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보건업ㆍ사회복시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종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전체 고용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도 일자리 감소가 나타나면서 일자리의 근건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월에만 실업급여 신청 17만명 늘어 한달간 총 6256억 지급
 공공기관 일자리 늘린다는 정부에 땜질식 행정 비난 목소리 


현 정부 출범 이후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3년 차 첫 '고용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262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000명 느는 데 그쳤다. 올해 정부 목표치(15만 명)에 한참 못 미친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7월 5000명, 8월 3000명을 기록하며 1만 명대 아래로 내려앉았다. 1월 기준으로 따지면 2010년 1월(1만 명 감소)이후 9년만에 가장 적다.
15~64세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은 65.9%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7년 1월(59.1%) 이후 최저치를 다시 기록한 것이다.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0만4000명(20.0%) 증가했다. 1월 기준으로 보면 2000년 1월(123만2000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연간 실업률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9년 고용전망'에 따르면 올해 실업률은 지난해(3.8%)보다 0.2%포인트 높은 4.0%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기획재정부(3.8%), 노동연구원(3.9%), 한국개발연구원(3.9%), 한국은행(3.8%) 등이 앞서 내놓은 올해 연간 실업률 전망치보다 높다.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팀장은 "지난해에는 경제 활동인구 증가폭이 줄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다소 늘어날 것"이라며 "취업 의사가 있는 사람이 늘면서 취업자 수가 늘어나겠지만 동시에 취업을 원해도 직장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실업률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해서 월급 받고 싶은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더욱 혹독했다. 서울ㆍ경기 지역 고용지원센터 8곳은 실업급여를 신청하거나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실직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어느 곳이나 같았다. 이들 무리 중에는 넥타이를 메고 서류 가방을 든 사람도 섞여 있었다. 이들은 말을 아꼈지만 아직 집에는 실직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람들로 추정된다.

한 50대 실직자는 "자신이 여기 올 줄 몰랐다"며 "제조업 분야에서 일을 하다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게 됐고 실업급여로 월 140만 원을 받고는 있지만 가족 생활비로 쓰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건설업체 구내 식당에서 일하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저녁 식사를 하는 직원들이 줄어 일자리를 잃었다는 40대 실직자는 "수년 간 힘들것도 참아가며 버텼는데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며 "배운 기술이 없어 취직도 쉽지 않아 이곳을 찾게 됐다"며 한 숨 지었다.

실업자들을 상담하던 창구 직원은 "최근들어 전문직이나 대기업 경력이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찾아온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실업급여는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의 당장 생계를 돕고, 구직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최장 240일 간 지급된다. 그동안 허용하지 않았던 토익시험 응시와 어학원 등록도 구직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고령층 증가 해명...눈살 찡긋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데 대해 "60세 이상 실업자가 13만9000명에 달할만큼 고령층 중심으로 증가했다"며 "지난달 노인일자리사업 조기 시행으로 구직을원하는 고령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구직 상태가 아니어서 실업자로 집하지 않던 노인들이 정부 일자리 사업의 일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실업자가 일시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공부분 단기 일자리를 만들때마다 실업자가 급증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3일에는 경제 부처 장ㆍ자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자리 대책을 긴급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일자리를 늘려가겠다"며 "올해 원래 계획했던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는 2만3000명 인데, 2000명을 확대해 모두 2만5000명의 정규직 직원을 새로 뽑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기관의 시설 안전이나 재난 예방 분야 등 안전 분야 인력을 우선 확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내놓은 대책과 관련해 고용참사를 막기에는 크게 부족해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학교수는 "공공부문 채용 계획은 대국민 서비스를 어떻게 할 지 설계한 뒤 그것에 맞게 정하는 것이지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단기 처방용으로 쓸 카드는 아니다"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