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깡통전세’ 공포 확산①] 750조 전세부채발 금융위기 오나
[‘역전세·깡통전세’ 공포 확산①] 750조 전세부채발 금융위기 오나
  • 이종혁 기자
  • 입력 2019-02-15 11:36
  • 승인 2019.02.15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시스]
[뉴시스]

부동산 시장이 혼탁양상을 띄고 있다. 부동산 침제라는 말이 쉽게 회자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이은 전셋값 하락이 집값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한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 하락→소비 위축 및 부채부담 증가→가계부채 부실→실물경기 침체→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자산가치 하락과 가계부채 부실화에 따른 디플레이션(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소비 위축 따른 경기침체와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 커져
 일반인 부동산체감 '한파'수준...세입자-주인 모두 불안


현 정부 들어 잇단 고강도 대출규제를 통해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모색했지만 일반인이 느끼는 부동산 경기 체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임 정부에 비해 더 힘들다는 푸념이 이어진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 (전세금을) 한 달 정도 밀린 경우가 있다. 싸우고 난리가 나는데. (돌려주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이 안 되니까 큰 목소리가 계속된다"며 부동산 민심을 들려줬다.

실제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석 달 새 전셋값이 1억 원 가까이 빠졌는데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근에 9500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새로 생긴 데다 전세 대출 규제로 비싼 전셋집을 찾는 사람도 줄었다.

대규모 금융위기 ‘촉발’ 가능성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집값·전셋값의 동반 하락에 75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세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고제헌 주택금융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전세금융과 가계부채 규모' 논문에서 전세부채 규모가 '보수적 가정하에' 750조 원이라고 추정했다.

정부의 인구주택총조사·주거실태조사와 국민은행 자료 등을 토대로 한 이 논문은 2005년 이후 전세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2010∼2015년 36%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와 고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만성적 저금리 정책과 만성적 부동산 경기부양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규제 완화가 집값·전셋값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부동산 투기심리가 보태져 전세부채 '폭탄'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세부채가 더해진 가계부채가 2200조원에 이르며, 금리 인상과 집값·전셋값 하락 등 대내외 충격과 정책실패가 일어나면 대규모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역전세난은 공식적인 수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지난해 1천607억원으로, 2017년(398억원)의 4배를 넘었다.

게다가 지나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가계부채 부실과 경기 불황으로 미칠 수 있는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부동산을 보유한 집주인의 입장에서 자산가치의 지나친 하락은 소비 위축을 불러온다.

경기 침체에 이어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부동산은 국내 가구가 보유한 자산가치의 절반이 넘는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보다 하락에 따른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역전세난을 야기해 은행권의 대출상환 압력을 불러오고, 이에 따른 집주인들의 연쇄 매도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

깡통전세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집값 하락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입자가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취급하는 전세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하면 전세금을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세입자들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비율이 아직까지 저조하다는 점이다. 전세금 반환보증 공급규모는 2015년 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3조4000억원으로 늘었지만 아직까지 가입 비율은 높지 않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설명이다.

더욱이 전셋값 하락이 집값 하락과 맞물리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받은 대출이 동시에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은행권의 대출상환 압박이 가중되면서 대출 부실화 및 신용등급 하락 등 연쇄 도미노 효과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금융위도 깡통전세에 따른 전세대출 부실화를 올해 가계부채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종혁 기자 lj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