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순 교수

세상에는 환경론자와 환경운동가가 있다. 개인적 관점에서 구분해보면 이 둘의 차이는 같은 원칙을 추구하면서 행동의 양식이 어떤가에 달려있다. 아니면 환경론자는 좀더 전체적인 측면을, 그리고 환경운동가는 좀 더 구체적인 측면을 보고자 하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저명한 환경운동가인 제임스 러브록 교수는 "원자력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것만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브록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의 확대만이 현재 지구촌의 이상기후와 자연재해의 원인인 지구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두려움이 불합리하게 과장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핵심은 자연의 보전을 위해 환경론자의 원칙을 일부 양보한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 재앙을 막고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고자하는 세계 각국의 환경보존 관련 학자 77명이 최근 환경운동가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생물의 다양성과 인류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단순히 ‘그린(Green, 녹색, 청정)’이라는 이상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와 현실성을 바탕으로 각각의 에너지를 잘 따져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로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여기서도 핵심은 전체적인 지구의 환경보존을 위해 환경론자의 원칙을 일부 양보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앞으로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비용이나 효율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를 현재 널리 사용 중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린(green)’ 이라는 이상적인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에너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과 현실성, 경제성을 고려할 경우 현재로서는 원자력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최선의 에너지라는 주장이다. 기후변화 재앙을 막기 위해 학자들이 원자력 에너지 확대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미국 MIT대 Kerry Emmanuel 박사와 콜롬비아대학 James Hansen 박사 등 세계 최고의 기후 변화와 에너지 관련 학자 4명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환경정책 결정자들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학자들은 편지에서 기후변화는 인류가 죽느냐 사느냐가 달려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면서 정책 결정자들이 지금보다 안전한 원자력 에너지를 개발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현재 원자력 발전이 100%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기후변화 재앙에 비하면 매우 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인류가 이용 가능한 에너지 가운데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기후변화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에너지는 ①값이 아주 저렴하면서도 ②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③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④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고, ⑤100% 안전하고, ⑥세계 어디에나 존재하고, ⑦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조건을 이상적으로 만족시키는 에너지는 없으므로 각 에너지의 장점과 단점을 따져 최적화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환경운동단체들은 환경론자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 것 같다. 경제성, 안전성 그리고 지구 온난화 문제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원자력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은 환경운동가적인 접근보다는 환경론자로서 전체적인 균형을 고려한 접근을 더 필요로 한다.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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