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의 편지와 감정 기복  
많이 알려진 것처럼 천재 음악가 베토벤은 감정 기복이 무척 심했다. 이 감정 기복을 흔히 광기라고 표현하지만 베토벤 본인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타인에 대한 감정이 쉽게 요동쳤다. 감정 기복의 대표적인 대상은 조카이자 양아들이었던 카를이었다. 베토벤이 1819년 카를에게 쓴 편지에 그의 감정 기복이 얼마나 극심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베토벤은 편지에서 카를에게“무정하고 감사할 줄 모르며 감수성이라고는 없는 놈”이라고 비난했다가 "말은 그래도 생각은 그렇지 않다”며 감정을 바꿔 옹호했고“나는 그 아이를 아직 예전과 똑같이 사랑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편지 끝부분에서는“살아생전 그 쓸모없는 종자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다시 심한 욕설을 퍼부었는데 베토벤은 한 통의 편지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애정과 분노 사이에서 극단을 오갔다.

그래서 많은 작가와 평론가들이 베토벤을‘야생동물’이라고 부르기도 했고,‘반쯤 미쳤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위 내용은 독일의 심리학자 바스 카스트가 쓴‘지금 그 느낌이 답이다’라는 책에 나오는데 베토벤이 겪은 감정 기복이 그의 인간적 삶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독보적인 음악세계를 만들어온 예술적 삶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소개하고 있다. 베토벤의 변화무쌍한 감정 변화와 천재성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 슈만과 괴테 그리고 천재들의 감정적 혼란 
비단 베토벤만이 아니다. 천재라도 불리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베토벤과 같은 감정적 혼란 속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창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독일의 음악가 슈만과 극작가 괴테 역시 마찬가지였다. 슈만은 곡을 완성할 당시 베토벤보다 더 심한 감정 기복을 겪었고, 결국 라인강에 뛰어들었다 구조된 후 정신병원에서 남은 삶을 보냈다.

괴테 역시 우울증을 동반한 자살충동을 지속적으로 겪었는데 자살하는 장면을 작품 속에서 묘사하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실제로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유명인사 1천 명의 자서전을 분석했더니 예술가들이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자살 부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다방면의 천재들과 창조적 예술가들이 경험하는 감정적 혼란 즉 가장 좋은 기분과 가장 나쁜 기분의 사이를 오가는 극단적 감정 변화가 그들의 천재적 재능을 깨우는데 의미 있는 작용을 한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가장 좋은 기분을 느낄 때 즉 경이로움과 황홀함, 사랑의 감정 등을 느낄 때 영감이 충만하게 차오르면서 모든 생각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막혀 있거나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의 답이 직관적으로 떠오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다. 불가능이란 개념이 사라지면서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잠들어 있던 재능과 능력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반면 가장 나쁜 기분을 느낄 때 즉 우울함과 죄책감, 좌절감 등을 느낄 때 영감은 고갈되고 의욕도 없어지면서 재능이 숨어든다. 만약 극단적 감정이 아닌 좋은 기분만을 느끼면서 영감 가득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에 깊이 빠지지 않는다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느낌을 풍부하게 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경험할 수 있도록 삶을 고요하고 충만하게 해야 한다. 소소함에 감동하고 평범함에 감사하며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습관이 기쁨이 넘치는 삶을 이끄는 자신만의 탁월한 재능을 깨운다. 느낌과 감정은 잠자고 있는 천재성을 깨우는 특별한 재능이다. 슈만의 곡 어린이 정졍 중‘트라이 메라이’를 들으며 느낌과 감정을 높여보자. <음악치유가 이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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