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외국계 기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자취를 감췄던 '현대 사훈석(社訓石)'이 1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17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주 대산공장 본관 앞마당에서 '근면(勤勉), 검소(儉素), 친애(親愛)'의 현대 사훈이 새겨진 표지석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무게 6t, 가로 2m, 세로 1m, 둘레 5.7m 크기의 사훈석은 지난 1997년 현대그룹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 세워졌다.

하지만 세워진 지 5년 만인 지난 2002년에 자취를 감췄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오일뱅크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고, 외국계인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혼란 속에서 사라진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은 사훈석이 보이지 않자 경영권이 변경되면서 폐기된 줄만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사훈석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김태경 노조위원장이 폐기될 뻔한 사훈석을 사비까지 털어 자신의 집으로 옮겨 놓았고, 현대중공업이 다시 회사를 되찾자 집에 보관하던 사훈석을 회사에 기증했다.

김 노조위원장은 "비록 경영권이 외국계로 넘어갔어도 오일뱅크의 뿌리인 현대 사훈석이 그냥 버려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면서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집에서 보관해 둔 사훈석을 다시 복원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직원들도 10년만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훈석이 사라졌을 때 외국계 기업이 된 것을 실감했었는데, 잃어버린 사훈석을 다시 보게 되니 현대중공업 가족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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