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난 12일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을 마감했다. 이로써 당권경쟁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의 ‘3자 구도’로 진행될 되게 됐다. 관전 포인트는 단연 ‘황교안 대세론’이 끝까지 유지되느냐다. 앞서 8명에 달했던 당권주자들 중 5명이 출마를 포기했다. 사실상 ‘황교안 vs 오세훈’의 양강 구도 전대가 치러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는 결국 당대표 선거가 친박 대 비박 간 계파 대결 양상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웃는 쪽은 오 전 시장이다. 황 전 총리는 최근 ‘배박(배신한 친박)’ 논란에 휩싸이며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친박계 내부에선 황 전 총리에 대한 의구심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황 전 총리와 지지세가 겹치는 김진태 의원은 태극기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앞세워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오 전 시장은 홍준표 전 대표의 불출마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얻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이 달린 당대표 선거에서 비박계가 오 전 시장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은 자명하다는 분석이다. ‘황교안 대세론’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관측이다.

 

- ‘딜레마’ 빠진 黃, ‘단일화 효과’ 吳, ‘밑져야 본전’ 金
- 친박 김진태 비박 오세훈에 황교안 본의 아닌 ‘중립’행… “통합 이미지 호재”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의 3파전으로 확정되면서 ‘황교안 대세론’이 압도했던 초반 판세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배박 논란’·‘탄핵 책임론’...
‘황교안 대세론’ 흔들리나

황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실정 부각에 주력하며 연일 보수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반면 오 전 시장은 ‘친박 대 비박’ 구도를 넘어 ‘과거 대 미래’ 프레임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군소 후보의 불출마로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비박계 결집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다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음) 논란’, ‘TV 토론회’ 등 변수도 적지 않아 승패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유력 주자인 황 전 총리를 겨냥한 두 후보의 십자포화가 전대 판세를 바꿀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강성 친박을 내세우는 김 의원과 ‘박근혜를 넘어서자’는 오 전 시장 사이에서 황 전 총리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진행되면, ‘대세론’에 기댈 수 있었던 기존 입장과는 달리 명확한 스탠스 표명이 요구되면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장 김진태 의원은 최근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황 전 총리의 ‘배박’ 이미지를 집중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변호사는 최근 한 종편에 출연해 이런저런 사례를 들며 황 전 총리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운함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당 관계자는 “강성 친박인 김 의원은 황 전 총리에게 ‘진짜 친박이 맞느냐’고 따져 물을 것”이라며 “황 전 총리 입장에선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탄핵 정국에서의 ‘책임론’도 황 전 총리를 궁지로 몰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 전 시장은 ‘황교안 탄핵 책임론’을 비박계 표심 결집을 위한 공격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념 문제를 부각해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 후보는 지난 13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황교안·김진태 후보는 굉장히 이념형 지도자 유형”이라며 “황 후보는 공안검사 출신에 본인 스스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우실 정도고, 김 후보는 태극기 집회에 늘 함께했던 이미지가 강인하게 각인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당선되는 분의 브랜드 이미지가 당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며 “중도층에 호소력 있게 다가가는 정당이 어느 정당인지를 생각할 때 이념형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황 전 총리는 특정 색채를 강하게 띠며 이들과 맞설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보수진영 유력 대권후보로 주목받아온 황 전 총리에게 이번 전당대회가 대권으로 가는 ‘초석’의 성격이 강하다. 확장성이 필요한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강한 친박 색채를 드러낼 수 없기에 이번 당권경쟁에선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의 검증 공세가 마냥 무시할 만한 수위도 아니어서 이도저도 대응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최근의 5·18 논란만 해도 김진태 의원은 지만원 씨가 참석한 그 공청회를 공동 주최했을 정도로 태극기 세력 등 ‘특정 지지층’의 표심에 집중하는 자세를 취한 반면 황 전 총리는 “당 입장과 같다”고만 답하는 등 가급적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구심점 상실한 비박계,
吳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데...

이렇듯 ‘황교안 대세론’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오 전 시장이 사실상 비박계 단일 후보가 됨에 따라 황 전 총리가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찌감치 선두주자란 시선 속에 당 안팎에서 모든 공세가 황 전 총리에 집중된 상황이었다”라며 “이런 가운데 5명의 후보들이 전대 일정 연기 요구를 구실로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던 끝에 대부분 불출마로 결정하면서 결과론적으로 오 전 시장이 단일화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경선 이후 구심점을 상실한 비박계다. 당권까지 친박계가 거머쥘 경우 차기 총선 공천에서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팽배해 똘똘 뭉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오 전 시장 역시 ‘단일화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힌 5명의 후보들과 관련해 “다른 후보 지지한다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간곡하게 지지를 호소드린 건 사실이고 고민해 보겠노라 하는 정도의 반응은 몇 분으로부터 얻었다”며 “계속 도와달라는 말씀을 드려서 어떻게든 세를 결집해 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극기 세력을 앞세우며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는 김진태 의원도 황 전 총리 입장에선 껄끄럽다. 김 의원은 전대 출마 선언 이후 줄곧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한 고정 지지층의 뜻에만 부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황교안 대세론’ 속에서 당선이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만약 김 의원이 정말로 당대표가 되고자 했다면 외연 확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다. 김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를 당대표 당선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와 존재감을 확고히 알리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다. 군소주자로서 이번 전대를 발판 삼아 ‘강성 보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생각이다”라며 “설령 5·18 논란에 따른 당의 징계 등의 사유로 중도하차하게 되더라도 결과적으로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완주를 할 경우엔 오 전 시장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 경우 역시 태극기 세력을 앞세워 유의미한 득표율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김 의원 입장에선 잃을 게 없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황교안”이라고 관측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식을 가지며 태극기 세력으로부터 3만 책임당원 입당원서를 전달받으면서 세를 과시한 바 있다.

여전히 TK 대세는 黃,
TV토론회 막판 변수

다만 일각에서는 전혀 결이 다른 관측도 나온다. 김 의원이 황 전 총리의 표를 잠식하고, 또 김 의원에 반감을 가진 지지층 일부가 오 전 시장에 표를 줄 수도 있지만 황 전 총리가 김 의원과 동일한 목소리를 내진 않고 있는 만큼 김 의원에 비해선 중립적으로 비치는 황 전 총리에게 표가 몰릴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이번 전당대회 스펙트럼을 보면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은 ‘강성 친박’ 김 의원과 개혁보수와 중도 이미지를 내세운 ‘비박’ 오 전 시장이 양쪽에 위치한 가운데, 친박으로 분류되는 황 전 총리가 본의 아니게 이들 사이에 있는 형국이다.

전대 이후 대권까지 준비해야 하는 황 전 총리로서는 그간 강조하던 ‘통합’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현재 스펙트럼이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강성 친박인 김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이러한 전략은 더욱 먹힐 수 있다.

아울러 황 전 총리는 여전히 한국당 최대 주주 대구·경북(TK)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당 당대표 선거에서 TK 표심은 절대적이다. 책임당원 34만 명 중 30%에 육박하는 9만 8천여 명이 TK에 있고 투표율도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아 TK 표심의 향방이 승부를 결정 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당대회 판세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에 대해 말을 아끼는 지역 의원들조차 “지역 분위기는 황교안 대세”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TK지역 한 의원은 “오 전 시장의 경우 반듯한 이미지에 정치적 소신도 있는 분이지만 지역에서 표심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서는 “무난하게 황 전 총리가 당대표에 등극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한편 2.27 전당대회 후보자 TV토론회도 막판 변수로 주목된다. 추격하는 입장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은 TV토론회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방송 진행·출연 경험이 많은 오 전 시장이 정치 신인인 황 전 총리보다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라는 판단에서다. 오 전 시장은 당대표 출마 선언 이전부터 TV토론회 횟수 확대를 거듭 요구했고, 결국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차례로 계획했던 TV토론회를 6차례(유튜브 방송 1회 포함)로 늘렸다.

반면 황 전 총리 측은 총리 재임 때 수차례 국회 대정부 질문의 장에 서서 의원들의 혹독한 공세를 견딘 경험이 있는 만큼 TV토론회 자리가 오히려 안정감, 진중함을 어필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중진 의원은 “황 전 총리의 내공이 만만치 않아 생방송에서도 그리 약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총리 티’를 벗지 못했다거나 올드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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