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있다…하지만 시기·내용 등 아직 밝힐 수 없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 14일 오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 14일 오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연일 새로운 내용을 폭로하면서 이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이 폭로 과정 중 청와대 내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고발했고, 그 역시 관련자들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김태우 전 수사관 “내게 ‘비리혐의자’ 프레임 씌운 것은 청와대”
“시스템 아닌 힘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것은 ‘후진국 모델’”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드루킹 특검 수사 상황 확인 지시, 유재수 금융위원회 국장 감찰 무마, 흑산도공항 건설 관련 청와대의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찍어내기’ 시도 등 릴레이 폭로를 했다. 

앞서 김 전 수사관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1차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허위 출장비 지급을 통한 예산 횡령 정황,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과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관련 첩보 등 조국 수석의 인사 검증 실패 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수사관은 지난 12일과 14일 잇따라 검찰에 출석해 각각 피고발인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에 임했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서 김 전 수사관이 쏜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金 “숨길 것 없이 있는 대로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 12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관련해 수원지방검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 12시간가량의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19일 청와대 특감반원이었던 김 전 수사관이 비위 혐의로 원래 소속 기관으로 복귀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고,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위법행위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3일 경기도 용인시의 김 전 수사관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해 4시간 동안 압수수색하는 등 자료 확보에 나섰고, 이후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이날 그를 불러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 조사 관련해 김 전 수사관은 “이미 언론에 공표한 내용들”이라며 짧게 답했다. 이어 “청와대 내부기밀 유출 경위나 (그 자료를) 어느 언론사의 어느 기자에게 주었는지 등을 물어봤다”며 “이것은 (검찰이) 나에게 물어보지 않더라도 (자료로 확보한) 이메일 기록이나 통화내역을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소인 조사 직후 김 전 수사관은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사실대로 다, 숨길 것 없이 있는 대로 얘기했다”고 표명한 바 있다.

이후 김 전 수사관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6시간가량의 고발인 조사에 임했다. 이날 ‘어떤 내용의 조사를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불법 감찰과 핸드폰 감찰, 국립공원위원회 등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고발 사건 수사 과정 중 환경부가 사표 제출을 거부한 산하기관 임원을 표적 감사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지난달 환경부 압수수색 결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여부를 다룬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에는 공단의 일부 임원이 사표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이들 중 일부에게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사관에게 우윤근 주 러시아대사의 사기·뇌물 의혹에 대한 수사 돌입과 ‘찍어내기 시도’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에 관해 묻자 김 전 수사관은 “수사가 잘 진행됐다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내가) 발언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환경부 관련 블랙리스트 (수사는)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권익위, 해야 할 일 안 하고 있어…불법행위”

 

일요서울은 지난 13일 김 전 수사관과 유선 인터뷰를 진행해 공익제보자 논란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서 김 전 수사관과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대목은 ‘공익제보자’ 관련 내용이었다. 논란 이후 겪은 어려움은 없는지 질문하자 그는 “생계가 힘들다”며 짧게 대답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수사관을 ‘공익제보자’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엇갈린 시각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익제보자 인정 여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서 법률에 의해 판단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폭로 초기에는 공익제보자 인정 여부를 두고 의견이 많이 갈렸는데, 지금 여론은 초기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한 폭로는) ‘청와대 비리가 있고, 이 비리를 청와대가 묵살했다’는 내용인데, 이 자체가 내 사익을 위해 제보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공익제보가 맞다”라고 말했다.

또 “내가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모두 물증이 있다”면서 “청와대 안에서 정식으로 작성한 보고서가 있는데도 청와대가 감찰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 폭로한) ‘드루킹’ 같은 부분도 내가 물증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게 ‘비리혐의자’라는 프레임을 씌운 건 청와대다. 청와대가 초기에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고, 내 마이크와 청와대 마이크는 크기가 다르다”면서 “초기에 (청와대에서) 나를 쫓아내면서 그런 프레임을 씌웠다. 나는 이 프레임을 깨기가 너무 어렵다. (하지만) 지금 조금씩 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권익위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권익위에서 내가 부패신고자라는 신분은 확인이 됐다. 그러면 (권익위는) 청와대를 불러 조사를 해야 하는데,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며 “이것도 권익위가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익제보자 지위 심사 기간은 60일이다”라며 “내가 지난달 8일에 (권익위에) 공익제보자 지정을 신청했는데, 권익위에서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며 (나에 대해) 아무런 보호조치를 안 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권익위는 청와대 눈치를 보지, 내 눈치는 안 볼 것이다”라며 “시스템이 아닌 힘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것은 후진국 모델”이라고 일갈했다. 

잇따라 폭로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 전 수사관에게 추가 폭로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기자회견문 마지막에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약속했다”며 “뭔가 있다. 하지만 시기나 내용 등을 지금 말하면 폭로가 아니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한편 김 전 수사관은 지난달 10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공무살비밀누설과 직권남용, 직무유기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추가 고소·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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