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상업성이 깃든 날이긴 하지만 편의점 등 소상공인들의 초콜릿 매출도 늘고 기도 펴라는 의미에서 그랬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만을 청와대로 초청해 “저는 골목 연탄가게 상인의 아들”이라며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의 팍팍한 삶에 대해 공감하며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을 약속했다.

대통령과 정부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대변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다. 대통령 스스로 “높은 상가 임대료와 가맹점 수수료 등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의 인상이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사실상 최저임금의 유연한 대책을 시사하기도 했다. 즉, 최저임금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던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축으로 현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처럼 된 “소득주도성장!” 그 가운데에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호소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하층 자영업자의 소득은 고용노동자보다 못한 실정을 감안하여 자영업을 독자적인 경제정책의 영역과 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 것은 소상공인들의 ‘氣’를 살려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

때마침 당·정·청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안을 2월 중순께 확정짓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결정 체계 이원화 방안은 공익위원들이 설정한 최저임금 범위 내에서 노사 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폭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마치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최저임금이 동결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한 구조랄까.

그러나 대통령은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며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만이 정부 정책의 ‘마지노선’인 점을 분명히 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동결을 원하는 소상공인들의 기대에 뺨때리듯 찬물을 끼얹었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이 될 때까지는 매년 약8% 정도 선에서 인상되다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도입되면서 2년 사이에 갑자기 30%가 급등하였고, 이에 현장에서 미처 적응하지 못한 ‘미스매치’ 현상의 부작용이 급격하게 불어나게 된 게 문제의 핵심이다.

과중한 카드수수료와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겹쳐진 임차료 부담에 4대보험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도 제대로 못하는 자영업 소상공인일지라도 공생, 공존의 시대에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의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원론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물 경제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장의 반응과 심리다. 아무리 원론에서 옳은 정책일지라도 현장에 스며들지 못하고 고통을 가중시키는 정책이라면 ‘속도와 방향성’에 대해 재고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벽이 그리 높다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은 정말 난공불락인가. 미안한 마음에 대통령과의 식사에서 영양밥과·도가니탕 메뉴를 내놓았다는 식으로 언제까지나 어르고 뺨을 칠 것인가.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나아지고 있다”는 남의 다리 긁는 고용부장관의 말에 자영업 소상공인은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서원대 교수, 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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