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등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수면무호흡증으로 언제 위급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간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5일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 8차 공판과 더불어 그가 청구한 보석 심문을 실시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 재판은 전직 대통령의 형사 사건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중대한 재판이라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며 "구속상태를 면하고자 예외적인 편의나 특혜를 달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령인 이 전 대통령은 당뇨를 앓고 있고, 수시로 심한 빈혈 및 어지럼증으로 거동이 어려울뿐 아니라 밤중에 1시간마다 깨는 극도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심해진 수면무호흡증으로 언제 위급한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처지에도 전직 대통령의 품위를 지키고자 휘청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재판에 충실히 참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새로 구성된 재판부의 기록 파악 및 핵심 증인 송달 및 구인 조치를 위한 시간적 여유도 절실해 현재 상황에서는 구속 만료 시점에 구애받지 말고,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인정된 핵심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진술의 신빙성을 가려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위급한 건강상태를 두루 살펴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는 4월 9일에 항소심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구속만료 당일 자정이 넘어가면 구속기간이 하루 추가되는 것으로 여겨져 통상적으로 구속만료 피고인들은 전날 새벽께 석방처리된다. 항소심의 구속기간은 4개월이지만, 추가 심리가 요구될 경우 2개월 더 연장할 수 있어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지난달 31일 한차례 더 늘어난 상태다.

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아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보석 제외 사유에 해당한다"며 "변호인은 임의적 보석을 주장하지만 재판부 변경은 임의적 보석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형사소송법 제95조(필요적 보석)에 따르면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는 보석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제96조(임의적 보석)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직권 또는 피고인, 변호인 등의 청구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검찰은 "부수적 보석 사유로 핵심 증인 회피를 내세우는데 이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 측이 1심에서 동의한 사람들이어서 이를 이유로 불구속 재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이 어렵고 통상적 항소심 재판 절차와도 한참 동 떨어진 주장"이라면서 "건강상태 악화 주장도 석방이 필요할 만큼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증인석에 설 예정이었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적극적으로 증인을 소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현재까지 10명의 증인 중 7명이 불출석하며 엇나가는 상황이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들에 대한 구인장 발부를 요청했다. 변호인은 "첫 증인신문 기일이 시작된지 1개월이 넘었지만 증인들이 불출석해 재판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핵심 증인 중 일부는 버젓이 유명인의 장례식장에 방문하거나 헬스클럽에 다닌 상황이 알려졌는데 소환장을 회피해 고의적으로 증인 출석을 피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취지를 전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장이 바뀐 이후 진행된 첫 공판이다. 서울고법은 전날 정기인사에서 형사1부의 재판장을 교체했다. 새롭게 교체된 정 부장판사는 최근까지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일해 왔다. 당초 이 사건 재판장을 맡았던 김인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 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 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1심은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보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 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의 9차 공판은 오는 15일 오후 2시 5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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