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화나게 만든 ‘짠돌이 배당’ 기업들
국민연금 화나게 만든 ‘짠돌이 배당’ 기업들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9-02-15 19:01
  • 승인 2019.02.15 1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총 앞두고 눈치 보며 배당성향 조정 나서

 

 

[일요서울 ㅣ김은경 기자]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남양유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본격화하면서 수년간 저배당으로 지적받아 왔던 ‘짠돌이 배당’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 가운데 배당이 지나치게 적거나 이사 연봉이 과다한 기업 등을 ‘중점 관리 기업’으로 선정해 집중 감시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낮은 배당성향을 유지해 오던 기업들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 눈치를 보며 배당성향을 조정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한 숨 돌린 현대그린푸드…남양유업은 ‘제안 거부’
칼 빼든 국민연금 ‘중점 관리 기업’들…좌불안석

국민연금이 저배당 상장사를 대상으로 배당 확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주주권 행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른바 ‘짠돌이 배당’ 기업들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부 기업들은 자진해서 배당성향을 높이거나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을 말한다.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얼마나 돌려주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기업 입장에서 크게 우려될 것이 없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번째 타깃으로 지목된 남양유업의 경우에도 오너 보유 지분이 51%에 달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해도 그 안건이 주총에서 받아들여질 확률이 낮다.

‘낙인효과’ 무서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들을 불안케 만드는 이유는 ‘낙인효과’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식은 시장에서 크게 요동친다. 또한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수 있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민연금이 중점 관리 기업으로 거론하는 기업은 3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아 중점 관리 기업이라는 사실을 공개 전환했거나 2년 연속 저배당 기업으로 꼽힌 곳이다.

2번째 타깃이 된 남양유업의 경우 공개 중점 관리 기업으로 지정한 뒤에도 큰 변화가 없자 이번에 주주제안 등 주주권 행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남양유업은 2015~2016년 2~3%대였던 배당성향을 2017년 17%까지 끌어 올렸지만 이는 코스피 상장사 평균(33%)의 절반에 불과하다.

남양유업 외에도 배당성향이 낮은 사조산업과 화승인더스트리, 현대리바트, 금호석유화학 등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최근 3년간 화승인더스트리 주총에서 사내외 이사 선임, 정관변경 안건 등에 반대표를 행사해 왔다. 사조사업과 현대그린푸드, 현대리바트 등 주총에서도 최근 3년간 2회 이상 반대표를 던졌다.

남양유업 다음 타깃으로 거론됐던 현대그린푸드는 자진해서 배당 확대에 나서면서 국민연금의 칼날을 피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책임위)는 지난 14일 서울 모처에서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현대그린푸드에 대해서는 주주 제안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탁자책임위 관계자는 “최근 현대그린푸드가 수립한 배당정책이 예측가능성을 지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수탁자책임위는 현대그린푸드의 배당 확대 의지를 고려해 공개 중점 관리 기업 명단에서도 지우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일 임시이사회에서 결산배당으로 총 183억 원을 현금 배당하고 오는 2020년까지 향후 3년간 배당성향을 13%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전년 6.2%에서 13.7%로 높아졌다.

다음 타깃 어디?

사조산업은 올해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배당성향이 2.26%에 불과해 코스피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 33%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의 2017년 배당 성향도 3%대에 그쳐 이 두 기업이 국민연금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리바트는 2014년 이래 4~5%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지만 2018년 결산배당은 배당성향을 14.91%까지 끌어올렸다. 회사는 다음 달 29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지난해 결산 배당에 관해 보통주 1주당 290원의 현금배당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8.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은 배당성향을 전년 기조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2018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사는 전년과 비슷한 20%대의 배당성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8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350원, 종류주식 1주당 1400원, 총 366억8637만 원을 결정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배당을 확대하라는 국민연금의 요구에 반기를 들었다. 남양유업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지분율 6.15%를 가진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