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 업계 종사자들, 유튜브 채널 통해 ‘약밍아웃’…부작용 고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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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나리 기자] 최근 유튜브에서 현직 보디빌더가 몸을 만들기 위해 불법으로 스테로이드나 호르몬제를 투약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영상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로 인해 ‘몸짱’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불법 투약에 대한 그림자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동현 씨 “브로커 통해 불법 구매…약값만 한 달 200만 원”
“폭로 이후 직장에서 해고돼…체육관들, 고발 당사자 고용에 부담 느껴”


피트니스 업계 종사자들이 몸을 만들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나 호르몬제를 불법 투약한다는 사실은 유튜브 채널 ‘박승현TV’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트레이너, 보디빌더 등 실제 피트니스 관련 업종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투약 사실과 함께 보디빌딩계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최초 폭로는 지난해 12월 31일 이뤄졌다. ‘박승현TV’의 운영자 보디빌더 박승현 씨는 한국 보디빌딩 교육의 실태를 고발할 목적으로 여자 운동인 이나현 씨를 초청해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투약한 사실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설명한 영상을 제작해 게시했다.

 

성기능 저하·우울증 등 불법 투약 부작용 만연

 

해당 영상에서 이 씨는 자신이 약물에 대해 인식이 없던 20대 초반 시절의 경험을 털어놨다. 이 씨에 의하면 대회를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해 PT를 받는 과정에서 약물 사용을 강요받고, 이에 대한 부작용마저 겪게 됐다. 

이 씨는 영상을 통해 “운동을 배우러 보디빌더를 찾아갔는데, ‘이건 다 쓰는 거야’라고 해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면서 “약물 복용 이후 얼굴과 목소리가 남성화됐고, 우울증과 폭식증을 앓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직 여성 운동인이 자신의 신상과 경험을 직접 드러내며 불법 투약의 위험성을 알리자 해당 영상은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폭로는 그 뒤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14일 박 씨는 보디빌더이자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김동현 씨와 함께 후속편을 만들었다. 김 씨 역시 이 영상을 통해 자신도 약을 투약한 사실이 있고, 이것으로 인한 후유증 등을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밝혔다. 

해당 영상에서 김 씨는 “운동 경력은 13년, 시합경력은 11년, 약물은 7년 사용했다”며 “약물을 사용해서 겪은 부작용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약물을 끊은 후 성기능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진단 결과 아이를 못 가질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했다”며 “남성호르몬을 인위적으로 넣으면 성기능을 할 수 있지만, (약을) 끊으면 자연적으로 남성호르몬을 만들어 낼 수 없어 남자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약물 복용은 정신적으로도 부작용을 불러온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심경 변화가 있을 만큼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면서 “일반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박 씨 역시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약밍아웃(약+커밍아웃의 합성어로 약을 한 사실을 털어놓는다는 뜻)’을 했다. 그는 “약을 끊지 않고 사용 중이다. 여드름이나 피부 트러블 등을 겪고 있다”며 “어두운 부분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방송하고 있다”고 방송 취지를 알렸다.

 

‘양심 고백’ 이후 ‘해고 통보’ 받아

 

박승현·이나현·김동현 씨의 폭로는 그들의 멋진 몸이 약물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인공적인’ 산물이었으며, 이 같은 불법 투약이 피트니스 업계에서 암암리에 자행돼 왔다는 점을 드러내 충격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김 씨는 지난 13일 한 언론매체에 출연해 약물 불법 투약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김 씨에 의하면 약물은 스테로이드, 인슐린, 성장 호르몬, 남성호르몬 등으로 계열이 분류된다. 약물을 사용하는 이들은 이를 병행해서 복용하거나 투약한다. 

김 씨의 경우 지난해 20가지 정도의 약물을 사용했으며, 투약을 위해 18~20방의 주사를 맞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엉덩이 조직에 괴사가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약물을 구하는 과정에 대해 김 씨는 “처방 받으려면 내가 그 병명이나 질환을 겪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병이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약물을 판매하는 브로커나 제약회사 직원들 중 몰래 빼돌리는 사람들을 통해 구매했다”며 “약물 값으로만 한 달에 약 2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앞선 영상에서 김 씨는 “로이더(steroider의 준말·약물을 사용해 몸을 만든 사람)’가 ‘내추럴(natural·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속이고 영업하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약물을 안 쓰면 본인 같은 근육을 만들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닭가슴살 먹고 벤치프레스 열심히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고 거짓말한다. 돈벌이를 위한 사기영업에 현혹되지 말라”고 시청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들의 고발이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만큼 반향도 거셌다. 김 씨는 지난 13일 한 방송에서 “유튜브를 통해 방송이 나가고 며칠 후 2년간 정직원이자 팀장으로 일한 체육관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체육관 측은 ‘내가 프리랜서고 근무 태만했다’고 거짓 해고 사유를 들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며칠 전 해당 체육관을 근로 계약서 미작성, 강제 해고, 구두 해고, 임금 체불, 퇴직금 미지급으로 노동청에 신고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게 힘들다. 체육관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고발 당사자를 고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이 고발을 계기로 업계에서 약물이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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